[과학세상/이동호]‘여름 불청객’ 식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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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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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 서울대 의대 교수
이동호 서울대 의대 교수
“밤새 화장실 들락거리느라 한숨도 못 잤어요.”

최근 식중독 경보가 발령된 후 진료실에서 흔히 듣는 증상이다. 요즘처럼 고온다습한 날씨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과 바이러스가 증식하기에 좋은 환경이라서 음식을 만들거나 먹을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세균 종류는 황색포도상구균 대장균 살모넬라균 비브리오균 등이 있고 바이러스 종류는 노로바이러스 로타바이러스 등이 있다.

식중독은 깨끗하지 않은 손으로 음식을 다룰 때 음식이 오염되고 균이 번식하면서 독소를 분비해 발생한다. 식중독은 이미 만들어진 독소를 먹는 것이기 때문에 음식 섭취 후 몇 시간 내에 증상이 나타난다. 가장 흔한 증상은 구토 복통 설사다. 심하면 열이 나고 몸이 떨리기도 한다. 예전에는 여름철에 집중돼 발생했지만 요즘에는 1년 내내 식중독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외식을 많이 하고 먹을거리 재료가 대량 유통되면서 세균 바이러스 독성물질 등에 의한 오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식중독 예방을 위해 요리사와 식당 종업원이 화장실을 다녀온 후 손을 닦는 것이 법률로 정해져 있다. 음식을 완성하고 손님에게 전달하는 요리사와 식당 종업원의 위생은 매우 중요하다. 이들이 위생을 소홀히 하면 오염된 음식을 통해 전해진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고객의 장으로 옮겨간다. 장에서 갑자기 유해한 세균이나 바이러스들이 증식하면 정상적인 장 점막이 손상된다. 장내에서는 세균, 바이러스들과 면역세포(백혈구 적혈구 단핵구 등) 간에 전투가 벌어진다. 이로 인해 장 점막이 파괴되고 혈변이 생기기도 하며, 염증 매개물질로 인해 열이 나고 오한이 생길 수 있다. 장 점막이 손상되면 장이 빨리 움직이면서 배가 아프고 설사가 난다.

식중독은 하루 만에 저절로 좋아지기도 하지만 2, 3일 혹은 몇 주간 계속되기도 한다. 식중독 증상이 지속되면 지체 없이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초기에는 적절한 항생제와 수분 공급을 통해 완치할 수 있지만 치료시기를 놓치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식사 전 손 씻기다. 손바닥과 손가락 사이, 손등까지 꼼꼼하게 마찰하면서 씻어야 손에 붙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떨어져나간다. 또 모든 음식을 뜨겁게 조리해 즉시 먹는 것이 좋다. 끓인 음식이라도 식으면 세균이 번식할 수 있다. 냉장고에 넣어둔 남은 음식이나 재료도 안전하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세균 중에는 냉장 온도에서도 끈질기게 증식하는 것도 있다.

식중독으로 설사가 생긴 경우 탈수가 안 되게 이온음료나 과일주스 등 전해질이 있는 음료수로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보리차에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맞춰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커피나 콜라같이 카페인이 있거나 우유가 든 음료는 좋지 않다. 카페인 성분은 장운동을 빠르게 해 설사를 유발하고, 우유가 함유된 유제품은 소화가 안 돼 설사가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식중독은 무엇보다 예방이 우선이다. 음식을 끓인다고 해서 혹은 냉장고에 보관만 잘한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식중독 균이 옮겨지는 경로를 제대로 알고 대처해야 건강한 여름을 보낼 수 있다.

비브리오 패혈증도 주의가 필요한 여름철 질환이다. 어패류를 익히지 않고 날것으로 먹었을 때 감염되며 만성 간 질환 등으로 면역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 더 위험하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치료시기를 놓치면 생명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익히지 않은 어패류를 먹고 10∼24시간 후 고열 피부반점 복통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있으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동호 서울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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