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성석제]‘영혼의 생태계’ 문화를 가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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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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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 소설가
성석제 소설가
한반도 넓이는 약 22만 km²다. 그중에서 70%는 산지다. 산과 골짜기는 땅의 주름이라 할 수 있다. 이 주름까지 포함한 지표 총면적은 계산할 수조차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영토 대부분이 사막이나 초원 같은 평지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가 활용할 수 있는 땅이 훨씬 더 넓다는 것이다.

문화 통해 삶의 질 높아져

산과 계곡에는 나무와 숲이 있고 물이 있다. 숲에서 청정한 공기가 생겨나고 계곡을 돌아 흘러내려온 물은 우리가 마시고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해준다. 산에 올라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으며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자연의 풍경화에 도취할 수도 있다. 산이 많아 쓸모가 없다고 불평할 일이 아니라 국토가 좁은 우리 민족에게 하늘이 준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온당하다.

정신의 산과 계곡에 해당하는 것이 문화라고 할 수 있다. 고봉준령 같은 시서화의 명작도 있고 이름 모를 장인이 만든 도자기, 수많은 독서 대중과 판소리 마당의 청중을 매혹시킨 문학작품이 우리 역사에 숲을 이루고 있다. 이른바 한류로 지칭되는 대중음악은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지저귀는 새에 비유할 수 있고 영화와 드라마는 힘차게 흐르는 계류와 폭포에 비길 수 있다. 신명 많은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수많은 노래, 공연, 방송도 문화의 산과 계곡의 일부분이다.

이러한 산과 계곡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또 문화의 경제효과를 겨울올림픽을 개최했을 때의 경제효과처럼 산출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사람 가운데 한 달에 한 번 이상 등산하는 인구가 1500만 명인데 그들에게 산을 올랐다 내려오는 것이 얼마짜리 효과가 있는지 묻는다 한들 대답할 수 있을까. 산을 오르내리며 흘린 땀, 동행과의 대화, 성취감은 등산복이나 등산화처럼 쉽게 값을 매길 수 없다.

그렇지만 문화와 관련해 나와 있는 수치는 몇 가지 있다. 1990년 문화부가 만들어진 뒤 1999년 문화예산이 정부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를 넘었다. 이후 10여 년간 1% 내외에서 정체상태다. 올해는 1.1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20개국의 문화예산(문화·방송·오락·종교) 비중은 평균 약 2.2%(2008년)다. 우리나라는 문화예산의 적정 비중이라는 2.5%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그런데 매출액과 고용 측면에서 문화·관광·스포츠산업의 국민경제 기여도는 8.7∼10.4%를 차지하고 있다.

영혼의 생태계인 문화를 가꿈으로써 삶의 질이 높아지고 삶의 의미와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문화는 심신의 건강을 지키고 질병을 예방하는 아름다운 의술이며 명약이다. 자랑스러운 문화를 만들어낸 국민의 일원이라는 자긍심과 행복을 느끼고 사는 사람이 많은 사회가 선진사회다.

“문화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일을 좋아하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도 문화는 유용하다. 고용 효과가 높은 문화·관광·체육 분야 산업은 고용 없는 성장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창작 현장에는 작품의 완성도보다 월세와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젊은 예술가가 많다. 무슨 엄청난 지원을 바라는 것이 아니고 좀 더 안정적이고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준다면 지금 여기에서 탄생할 수 있는 명작이 다른 나라, 다른 시대로 가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문화 재정을 확충하고 제대로 투자한다면 문화산업이 신성장 동력산업이 될 수 있다. 문화 콘텐츠 수출은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데 광고보다 더 큰 효과가 있다. 적은 투자에 비해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문화산업이고 창작 현장에 대한 지원이다.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문화예산 비중은 내년 1.5%, 2013년 2%라고 한다. 갈 길이 바쁘고 멀다.

성석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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