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안양옥]수석교사제, 교직사회 활력소 되려면

  • Array
  • 입력 2011년 7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명품 포도주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좋은 포도주를 만들려면 기본적으로 포도에 당분이 많아야 한다. 여름에 몹시 덥고 건조한 프랑스 등 남유럽 나라가 입지 조건이 좋아 명품 포도주를 많이 생산한다. 알맞은 환경과 더불어 숙련된 제조방법, 오랜 숙성기간이 잘 조화될 때 명품 포도주가 탄생한다. ‘올바른 교육, 훌륭한 선생님’이라는 학교 교육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명품 포도주 탄생의 원리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교육기본법 14조에 ‘학교 교육에서 교원의 전문성은 존중되며, 교육자로서 갖추어야 할 품성과 자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교사는 교육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교육은 단지 지식 전달의 과정이 아닌 학생의 잠재 가능성을 가장 이상적인 상태로 이끌어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교사가 가져야 할 전문성과 정보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43만 명에 이르는 유·초·중등교원은 교대나 사범대를 졸업하고 어려운 교원 임용고사를 거쳐 교육에 임하고 있다. 20대 중후반에 임용된 교사는 그냥 평교사로 교직을 마무리하든가, 교장 또는 교감이 돼 퇴직하는 두 갈래 길에서 선택을 하게 된다. 교직이 전문직임에도 가르치는 교사직과 교장 교감 등 관리직으로 이원화돼 승진을 못하면 무능한 교사로 치부되는 잘못된 사회인식마저 있다.

6월 말 국회에서 교육계의 30년 숙원인 수석교사제가 마침내 법제화되었다. 국민에게 생소한 수석교사제는 교과 및 수업 전문성이 탁월한 교사를 수석교사로 선발해 수업 전문성을 후배 등 다른 교사와 공유하고 전달하는 교원자격체제다.

수석교사제가 교직사회에 주는 가장 큰 의미는 자격 구조와 승진 구조의 분리다. 즉 승진 구조에 막히지 않고 교사로서 전문성 발전 단계를 완성해 나가도록 자격 구조를 체계화한다는 의미다. 1, 2급 정교사와 보건, 영양, 특수, 전문상담 등으로 구성된 현행 교사의 자격 구조에서 수석교사라는 새로운 자격을 만들어 경력 단계와 직무수행 능력과 연계하여 교사들에게 직무수행 능력 발달을 촉진하는 데 도움을 주게 된다.

수석교사제는 자격제도의 쇄신과 더불어 승진 구조를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승진을 통한 학교 경영에 대한 관심과 능력보다 가르치고 후배 교사를 멘토링하는 일에 탁월한 교사에게 수석교사가 되는 문호를 열어주어 승진 경쟁 완화와 교단 교사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해주는 효과가 기대된다.

학생 교육을 위해 가져야 할 교사의 중요한 덕목은 지식과 지혜다. 단순 지식 전달은 어쩌면 쉬울 수 있으나 교육 실천을 통해 터득한 지혜는 하루아침에 쌓을 수 없다. 국가가 인정한 수석교사들의 축적된 지식과 지혜가 후배 교사들에게 제대로 멘토링돼 정착된다면 교육력 강화의 효과가 학교 현장에서 나타나게 된다. 수업 전문성 강화를 통한 공교육 활성화는 학생과 학부모의 큰 바람이다.

이런 교육적 효과가 기대되는 수석교사제가 정착되려면 과제도 많다. 행정안전부는 수석교사제가 법제화된 만큼 정원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 공무원 정원만 따져서는 안 되며 공교육 강화를 바라는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투자라는 점에서 적극적 자세로 지원해 주기 바란다. 교육행정 당국도 최고의 수업전문가 선발과 지원, 수석교사와 교장-교감-부장교사 간의 직무관계를 명확히 해 이해와 협조를 이끌어야 한다.

학교 현장에 혁신적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되는 수석교사제가 우리 교육과 교직사회의 새로운 활력소로 자리 잡고, 교사의 전문직 권위를 국민에게서 인정받는 계기가 되도록 교직사회도 부단히 노력할 것을 제안한다.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사외(社外) 기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