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성낙인]일본의 검찰개혁이 던지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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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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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헌법학 교수 한국법학교수회장
성낙인 서울대 헌법학 교수 한국법학교수회장
검찰개혁 어젠다가 정부와 국회를 오가는 사이 경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와 겹치면서 검찰이 내우외환의 홍역을 치른다. 그런데 일본 검찰이 최근 보여준 개혁의 밑그림은 우리 검찰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일본에서 검찰의 꽃은 지검 특수부다. 그런데 지검 특수부가 수술대에 올라 있다. 살아있는 권력까지 정조준해서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특수부가 이제 국민 비판의 대상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찾아낸 돌파구는 내·외부적 감시와 감독의 강화다.

검찰 자기성찰 부족… 여론은 싸늘

한국에서는 검찰총장의 직할부대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주요 사건을 직접 수사한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을 기화로 중수부가 살아있는 권력에는 관대하고 죽은 권력에만 전가의 보도를 휘두른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국회 사법개혁특위는 중수부 폐지로 몰고 갔지만 거악 척결이라는 명분론에 청와대가 가세하면서 폐지 위기를 모면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보장하되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인정했지만, 구체적 내용을 법무부령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데 반발한 검찰총장이 사표를 던졌다. 법상 임기가 보장된 총장의 중도 사퇴에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시대 변화를 외면한 검찰의 자기성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울지검 강력부에서 고문치사사건으로 현직 검사가 구속되고, 스폰서 검사 파문으로 부패한 검찰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데도 사건이 터질 때마다 검찰은 조직 보신에 안주해 왔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대검 중수부의 존치를 주장하는 시위까지 벌였고, 퇴임하는 총장의 마지막 메시지에도 최선을 다해 수사해 줄 것을 당부했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수사결과는 거악 척결과는 거리가 멀다.

지금부터라도 검찰은 흐트러진 조직을 다잡고 내부 개혁에 매진해야 한다. 첫째, 시민 위에 군림하는 검찰이 아니라 시민의 소리를 귀담아듣는 검찰로 거듭나야 한다. 스폰서 검사 파문 이후 검찰시민위원회에 일반 시민이 참여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심의하는 과정은 나름 평가를 받을 만하다. 국민의 사법 참여를 강화하기 위한 형사재판 참여 못지않게 검찰권 행사에도 국민 참여와 감시가 일상화돼야 한다.

둘째, 검사는 수사권과 공소권을 독점적으로 향유하는 공익의 대변자다. 수사 따로 공소 따로 식으로는 공소가 제대로 유지되기 어렵다. 공소 유지를 강화하기 위해 검찰의 직접 수사는 국민적 의혹 사건이나 사회적 거악 척결로 한정해 나가야 한다. 일반범죄 수사는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강화하면 된다. 검찰이 모든 수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책임지는 시대는 지났다.

개혁 통해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야

셋째, 검찰은 수사와 공소유지 과정에서 유아독존적인 지위에서 벗어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변신해야 한다. 난마처럼 얽혀 있는 사건 해결을 위해 그 지휘자는 군림하는 지휘자가 아니라 소통과 통합의 지휘자여야 한다. 외부 전문가들의 형식적인 자문이 아니라 사건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참여를 강화해야 한다. 경찰뿐 아니라 조세 금융관련 전문기관과의 유기적인 협조체제 구축이 절실하다.

넷째, 자체 정화를 위한 감찰도 강화해야 한다. 법무부와 대검 감찰관은 검찰 출신이 맡아서는 안 된다. 제3자의 눈을 통해 철저히 정화해 나가야 한다. 외부 인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감찰위원회의 설치도 필요하다. 감찰 못지않게 유능하고 존경받는 검사가 검찰의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는 합리적 인사시스템의 마련도 시급하다.

국민의 인권 보장자이자 공익 대변자로서의 검찰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검찰도 국민의 눈높이에 상응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스스로 변신하는 가운데 검찰의 미래가 있다.

성낙인 서울대 헌법학 교수 한국법학교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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