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배상근]‘포천 500대 기업’ 한국기업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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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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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평창이 2018년 겨울올림픽을 유치해 온 국민이 기뻐한 지난주 또 하나의 희소식이 있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2010년 매출액 기준 글로벌 500대 기업에 한국 기업이 14개나 이름을 올렸다. 2009년 10개에서 4개나 늘었다. 국가별로도 36개국 기업만 포함됐는데 미국이 133개로 가장 많았고 일본 68개, 중국 61개, 프랑스 35개, 독일 34개, 영국 30개, 스위스 15개에 이어 대한민국이 여덟 번째로 많았다.

글로벌 기업 더 늘게 여건 개선

우리 경제가 진정한 선진국의 위상을 갖추려면 매출액 기준 22위인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훨씬 더 많이 나타나야 한다. 세계 경제의 큰 축인 중국도 2004년에는 16개사에 불과했고 우리 국내총생산의 절반 수준인 스위스의 기업이 15개가 포함된 것을 보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늘어나도 시원치 않을 300인 이상 사업체가 2006년 4231개에서 2009년 2916개로 오히려 1315개나 줄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중소기업엔 1300여 개의 지원 항목이 있는데 대기업이 되면 지금까지의 모든 지원이 사라지고 50여 가지 규제만 적용되니 우리 기업들이 성장하지 않으려는 이른바 ‘피터팬 신드롬’에 빠지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글로벌 대기업이 많이 나오려면 국내 시장의 관점에서 기업 성장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경제 관점에서 기업 활동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한국에서 크다고 해서 세계적으로 큰 기업이 아니라는 얘기다.

산업별로 보면 글로벌 500대 기업이 51개 산업에 분포해 있는데 우리 기업은 10개 산업에만 진입해 있다. 가장 많은 62개사가 속한 은행업은 물론이고 음식의약품유통산업(22개사), 항공방위산업(12개사), 제약업(12개사) 등에는 우리 기업이 하나도 없다. 우리 기업이 진입하지 못했거나 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는 산업에서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글로벌 대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 마치 겨울올림픽에서 쇼트트랙, 스피드, 피겨 등 우리가 잘하는 스케이팅 종목뿐만 아니라 가장 많은 메달이 걸려 있는 스키 종목도 제대로 준비해야 균형 잡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 글로벌 대기업이 더 많이 늘어나면 그만큼의 책임과 의무가 뒤따라야 한다.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 기존 일자리를 유지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한다고 해서 글로벌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가 끝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자신이 출전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평창 올림픽 유치를 위해 탈진한 김연아 선수처럼 우리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맏이’ 역할을 해야 한다.

대기업이 中企의 ‘맏이’ 역할해야

과거 우리 사회에서 맏이의 입신양명은 집안의 모든 자원을 투입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맏이가 입고 먹는 것은 동생들과 달랐고 비싼 공부도 맏이 몫이었다. 그래서인지 맏이의 부담은 언제나 클 수밖에 없고 뒤처진 동생을 돌봐야 했다. 그런데 맏이가 형편이 어려운 동생들을 나름대로 보살펴줘도 그것이 쓰고 나면 그만인 일과성 지원에 불과하면 도와주고도 욕먹기 십상이고 또 이런 모습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잡은 고기를 나눠 주는 것보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듯이 동생들이 자력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경쟁력을 키워 주는 게 맏이의 역할이다.

대기업의 이익을 중소 협력기업에 나눠 주거나 공유하는 것도 주는 그때뿐이다. 중소 협력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스스로 갖춰 이익을 내도록 대기업이 기술과 경영기법, 해외 동반진출 등을 지원해야 한다. 이런 대기업의 맏이 역할이 글로벌 경쟁시대에 진정한 의미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의 길이 아닐까 싶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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