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제프리 프랭클]IMF 총재 신흥국서 나올 때 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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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프랭클 하버드대 교수
제프리 프랭클 하버드대 교수
국제통화기금(IMF)이 새 총재를 선임할 때마다 신흥국에서 총재가 나오기 힘들다는 비판이 나왔다. 푸념만으로 유럽인이 IMF를, 미국인이 세계은행을 이끄는 60년 된 불공정 관행을 바꿀 수 없다. 신흥국이 한 후보를 중심으로 연합해야 가능하다.

불행하게도 이번 역시 유럽인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유럽이 선택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은 인상적이고 능력도 있다. 하지만 유럽 주변부 국가의 재정위기 때문에 유럽인을 선임한다는 전제는 잘못됐다. (라가르드 자신도 이 점을 인정하는 듯하다)

유럽은 IMF를 이끄는 데 필요한 경험을 갖춘 인재에 대한 최적의 공급처라는 암묵적 동의를 잃었다. 한때는 분명히 그랬다. 일례로 1980년대 IMF는 프랑스 출신의 매우 능력 있는 총재들에 의해 운영됐다. 거액의 재정적자와 초인플레이션이 개발도상국에서 몰아치던 시절이다. 하지만 이런 시간은 지났다.

유럽이 더는 지혜와 책임이 필요한 특별한 자리를 주장할 수 없는 세 가지 측면이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많은 신흥국은 유럽보다 경제 운용에서 더 뛰어난 성과를 보여 왔고 많은 유럽 국가처럼 과도한 재정적자를 갖고 있지 않다. 또 유럽은 3차례 연속 총재를 배출했으나 이들 모두 임기를 마치기 전 사임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총재 앞의 두 총재가 스캔들로 사임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의 자리를 충분히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신흥국의 경제 분야 인사 중에는 우수하다는 기준을 충족하는 최적의 후보자가 적지 않다. 신흥국들이 세계경제에서 갖는 비중을 감안해 IMF 운영에서도 더 무게를 가져야 한다. 신흥국 출신으로 실제 총재직에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6명과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은 3명의 후보가 있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장이 이들 그룹에서 가장 우위에서 거론된다. 하지만 브라질을 포함해 라틴아메리카에서도 그를 중심으로 모이지 않는다. 아르미니우 프라가 전 브라질 중앙은행장도 다양한 경력을 갖췄다. 그러나 라틴아메리카의 최대국가 출신을 다른 나라가 밀지 확실치 않다. 사실 지역 내 패권국과 연계된 후보는 다른 국가의 단합 대신 견제를 부를 가능성이 높다.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싱가포르 부총리는 개인적으로는 하버드대 지도학생으로, 내가 가장 최선으로 꼽는다. 올해 3월 그는 국제통화금융위원회 의장으로 뽑혔다. 그는 정치력이 강하고, 위협적이지 않은 국가 출신이어서 신흥국이 연합할 수 있는 성격을 갖췄다.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는 동남아시아 출신의 가장 자질 있는 후보다. 그녀는 인도네시아에서 재무장관직을 지나치게 잘 수행하다가 물러나 지난해 세계은행 국장으로 옮겼다. 나이가 젊어 차기 가능성도 높다.

레셰크 발체로비치 전 폴란드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장 역시 믿을 만한 후보다. 폴란드는 유럽연합 회원국이자 신흥국으로 국적 면에서 합의를 이룰 만하다. 트레버 매뉴얼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재무장관으로 성공을 거뒀다. 현 남아공 정부보다는 (IMF에서) 그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다.

케말 데르비슈 전 터키 경제장관은 우수하지만 스스로 열외에 있다. 잠비아 출신인 스탠리 피셔는 진작 2000년에 뽑혔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유럽과 미국의 독식구조가 깨졌을 것이다. 몬테크 알루왈리아 인도 기획위원회 부위원장도 있다. 그러나 후보자는 65세를 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추정되며, 그와 피셔는 이 기준을 넘는다.

후보 등록은 6월 10일 마감된다. 거명한 9명 모두 훌륭하지만 개인적으로 신흥국이 샨무가라트남을 지지하길 바란다. 하지만 여전히 분열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 경우 총재직은 라가르드에게 갈 것이다. ⓒProject Syndicate

제프리 프랭클 하버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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