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정수]충남-공주-공주교대 통합무산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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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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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우리나라 인구 구조의 변화가 심상치 않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그 변화의 속도가 국민이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내년에 대학 입학 학령인구가 최고점에 도달하고, 2016년 대학 입학 정원과 고교 졸업자 수가 역전되며 2021년에는 대입 정원은 60만 명인 데 반해 고교 졸업자 수는 47만 명에 그쳐 13만 명의 정원을 채우지 못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변화로 대학 구조조정 시급

여기에 더해 청년실업률은 27%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대학의 인력 공급과 산업계의 수요 간에 극명한 불일치를 보이고 있어 대학 구조조정 및 대학 개혁이 화두가 되고 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중심으로 초중등교육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여러 지표에서 우리나라는 선두그룹을 유지하고 있으나 대학의 경우 세계적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연유로 정부와 대학들도 지속적으로 통폐합과 구조개혁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국립대 통폐합과 사립대 구조조정을 위해 각종 정책이 마련되고 이를 유인하기 위한 예산지원 방안이 추진돼 왔다. 국립대 통폐합을 보면 부산대-밀양대, 제주대-제주교대 사례와 같이 성과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까지 상당수 사례에서 중복학과 조정 등을 통한 특성화 단계로 발전하지는 못하고 있다. 사립대 구조조정의 경우도 선진화추진위원회를 통해 경영 부실대학을 경영컨설팅 대상으로 선정하고 나아가 통폐합의 대상으로 발표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결국 이명박 정부에서는 교육역량강화사업 등을 통해 취업률이 낮은 대학에 대해서는 재정 지원 시 불이익을 주고, 든든학자금 지원에 있어 부실대학의 명단을 공개하고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충남대-공주대-공주교대의 통합 시도는 국민들의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내부 이해관계를 조정하지 못해 통합 무산이 공식 선언됐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정부와 출연연구기관 등 공공기관이 대거 이전하는 세종시가 명품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도 이곳과 연계된 국내 최대 규모의 국립대 탄생을 고대했으나 대학 구조조정과 단과대학 재배치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고 만 것이다.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근본적으로 사립과 국립이 공존하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사립은 등록금에 전적으로 재원을 의존하는 데 반해 국립은 절반 이상의 재원을 정부 예산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 구조조정에 있어 국립대의 선도적 역할이 중요하다. 평생학습사회를 견인하는 것도 국립대의 몫이어야 하며 법인화, 통폐합 등 구조조정과 특성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학교정보 공시 등 수요자와 소통하는 부분에서도 일정한 역할을 해주기를 요구받는다.

재정지원 국립대가 선도적 역할을

정부는 대학 구조개혁에 더욱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물론 대학정책의 기조는 민간기구를 통해 대학 교육의 질을 평가하고 이를 대학정보 공시 등의 창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알리는 간접적인 유인기제가 중심이 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 지원 대상인 국립대에 대해서는 구조개혁과 관련한 성과계약을 요구하고 이를 재정지원과 연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립대 구조개혁과 관련해서는 사립대와의 차별적 특성화가 기본 방향이 돼야 한다.

세계는 하나가 되고 있다. 특히 연구개발 등 지식 창출과 미래 산업인력을 공급하는 대학에 있어서는 국경을 초월해 무한경쟁이 벌어진다. 연구중심 대학은 연구중심 대학대로, 교육중심 대학은 교육중심 대학대로 세계와 어깨를 견줄 수 있는 튼실한 경쟁력을 키우는 데 국립대가 앞장서야 한다. 우리가 가진 것이 인적자원 말고 다른 무엇이 더 있는가.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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