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현실의 속도에 맞춘 무대 위의 일상소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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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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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 모리시타 마키 ‘도쿄 플랫’
안무 ★★★ 연출 ★★★☆

일상을 현실의 속도에 맞춰 풀어낸 ‘도쿄 플랫’. LIG아트홀 제공
일상을 현실의 속도에 맞춰 풀어낸 ‘도쿄 플랫’. LIG아트홀 제공
무대 위의 시간은 대개 압축되기 마련이다. 한 사람의 평생이 한두 시간 만에 지나가는 일이 다반사다. 모리시타 마키 씨가 안무하고 혼자 출연한 ‘도쿄 플랫’은 공연예술이 시간을 다루는 일반적인 방식을 비틀어 독특함을 확보한 작품이었다. 13∼15일 한국 일본 캐나다의 젊은 안무가 세 팀을 모아 서울 LIG아트홀에서 공연한 ‘국제현대무용프로젝트-Dance X’ 중 한 작품으로 무대에 올랐다.

마키 씨는 약 30분에 걸친 공연 안에 긴 시간을 압축해 넣는 대신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는 방식을 택했다. 그가 무대에서 표현하는 것은 일상 그 자체다. 공연 시간 대부분은 도쿄의 작은 아파트를 연상시키는 네모난 선 안에서 펼쳐지는 여자의 ‘혼자 놀기’를 보여주는 데 사용됐다. 별안간 왈츠를 추더니 허벅지와 손바닥을 부딪치며 홀로 박자를 맞추고, 네모난 공간 이곳저곳을 쑤시고 다닌다. 누군가가 집에 혼자 있을 때 해봤을 법한 행동을 조금 우스꽝스럽게 표현했다. 배경음 역시 물 따르는 소리, 설거지하는 소리, TV광고 소리 같은 일상의 소리들이었다. 공연은 마키 씨가 휴지에 코를 풀고, 이 코 푼 휴지를 방 안에 던져둔 채 무대 뒤편으로 문을 쾅 닫고 나가는 것으로 끝났다.

관객은 그렇게 마키 씨의 일상 30분을 무대에서 공유했다. 공연이 끝난 뒤 뭔가 남는 느낌이 든다기보다는 오히려 허탈할 수 있는 방식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 이 공연은 현실과 다른 속도로 흘러가기 마련인 공연예술의 시간성에서 벗어나 현실의 속도를 무대 위에 올려둔 채 감상할 수 있는 신선한 기회를 제공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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