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권자, 어떤 후보 선호하나]<下>수도권-비수도권 선호후보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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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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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출신 선호, 운동가는 냉대… 지방선 ‘입신양명’ 먹힌다

1978년 최경환 의원의 고향인 경북 경산. 최 의원이 행정고시(22회)에 합격하자 동네에서 잔치가 벌어졌다. 경제기획원에서 근무하던 그는 2004년 첫 출마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최 의원은 2008년 총선에서 78.5%를 득표했다. 해당 지역 한나라당 득표율(47.8%)보다 30.7%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최 의원은 “장관이 되자 ‘우리 고장에서 50년 만에 장관이 나왔다’며 큰 잔치가 열릴 만큼 지방에서는 관직을 우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가 명지대 미래정치연구소와 함께 유권자들이 선호하는 국회의원 후보의 특징을 분석한 결과 지방의 경우 전통적인 성공의 의미인 사법고시와 행정고시 출신의 법조인과 관료가 상대적으로 인기가 많았다. 지방의 경우 전통적 정치문화의 영향으로 신분 상승의 대표적 사례인 국가고시에 대한 동경이 크고 법조인과 관료의 희소성도 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수도권에서 12.3%를 차지한 노동·사회단체 출신이 지방에서는 1.9%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역시 ‘성공한 직업’의 전통적인 관념과 맞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성별로 볼 때 지방은 아직 ‘금녀(禁女)’의 벽이 존재했다. 지방의 ‘선호 후보’ 52명 중 여성 당선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유일했다. 수도권 ‘선호 후보’ 106명 중 여성이 13명(12.3%)이나 차지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방의 경우 재선 이상의 ‘선호 후보’가 38.4%를 차지해 수도권(30.2%)보다 8.2%포인트 더 높았다. 수도권이 정치 신인과 초선 의원에게 더 많은 호응을 보내는 반면 지방은 상대적으로 다선 의원에게 표를 주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 준다.

○ 수도권이 인물 영향 많이 받아

전반적으로 수도권이 지방에 비해 당보다 인물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선호 후보’ 158명 중 수도권이 106명으로 67.1%를 차지했다. 지역구 분포상 수도권이 전체 245석 중 111명(45.3%)인 것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치다.

수도권 유권자들은 정치관심도와 정치혐오감이 동시에 높기 때문에 새로운 이슈나 인물요인에 민감하다. 정당충성도는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선거스윙(electoral swing·투표에서 지지하는 정당을 바꾸는 것)도 큰 폭으로 나타난다는 게 연구소의 분석이다.

또한 수도권은 여론의 바로미터와 같아서 정당들이 개혁 이미지 선점을 위해 경쟁적으로 공천개혁을 시도한다. 유능한 정치신인도 상대적으로 많이 등용되기 때문에 인물의 바람이 크게 작용한다. 수도권에 ‘선호 후보’가 많이 분포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영남과 호남의 경우 각각 한나라당과 민주당세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해당 정당 후보자의 경우 당 지지율보다 10% 이상 득표해 ‘선호 후보’가 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두 정당이 각기 열세인 지역에서는 인물 경쟁력이 먹혀들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후보 중 누구도 호남 지역에서 ‘선호 후보’로 선택받지 못했다. 민주당 후보 중 3명만 영남에서 ‘선호 후보’가 됐다. 후보가 소속당의 열세지역에서 10% 이상 득표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 당세 불리할수록 현역 위주 공천 가능성 커

2008년 총선 당시 전체 정당 득표율은 한나라당이 37.5%로 통합민주당(25.2%)을 12.3%포인트 앞섰다. 당세가 약했던 민주당은 81명의 ‘선호 후보’ 중 정치신인이 8명(9.9%)에 불과했다. 한나라당은 77명의 ‘선호 후보’ 중 정치신인이 19명(24.7%)으로 민주당의 2배 이상이었다. 당세가 약할수록 인지도에서 앞서는 현역의원을 공천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나라당 ‘선호 후보’의 경우 법조인의 비율이 26%를 차지해 민주당의 ‘선호 후보’ 가운데 법조인 비율(17.3%)보다 높았다. 또한 한나라당은 학계 출신의 ‘선호 후보’ 비율이 높은 반면, 민주당은 노동·사회단체 출신의 ‘선호 후보’ 비율이 높았다.

한나라당 ‘선호 후보’의 평균 연령은 52.3세로 민주당 ‘선호 후보’(51.3세)보다 평균 한 살 더 많았다.
▼ ‘기피 후보’는 텃밭에 많다 ▼
한나라-영남, 민주-호남에 집중… 인물 경쟁력 고려 안한 공천 탓


인물 득표율이 해당 지역 정당 득표율보다 10%포인트 이상 적은 ‘기피후보’ 24명의 지역 분포도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엔 7명(29.2%)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비수도권에 몰려 있었다.

각 정당이 수도권에는 나름대로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공천하는 데 비해 비수도권에는 서로 자신들의 텃밭이라는 생각에 경쟁력이 입증되지 않은 정치 신인을 공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당별로는 한나라당 기피 후보 10명 중 6명이 영남, 민주당 기피 후보 14명 중 9명이 호남 출마자로 나타났다.

기피 후보의 대부분인 70.8%가 현역 의원이 아닌 정치 신인이었다.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출신 등 지역 경쟁력을 갖춘 후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 지방의 경우 주로 서울에서 활동해오던 정치 신인들이 지역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해왔기 때문에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게 명지대 미래정치연구소의 분석이다.

그러나 기피 후보 중 29.2%가 현역이라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연구소는 강조했다. 한나라당 부산 금정의 박승환 후보는 현역 의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정치 신인인 무소속 김세연 후보에게 밀려 낙선했다. 박 후보는 27.2%를 득표해 금정의 한나라당 정당 득표율 43.5%에 비해 16.3%포인트가 적었다.

기피 후보 24명 중 20명이 낙선하고 4명은 당선했다. 한나라당 이범관 후보는 33.1%를 얻어 한나라당 정당득표율 43.6%보다 10.5%포인트 적었지만 당선됐다. 친박연대, 민주당 후보가 나란히 두 자릿수 득표를 하면서 표가 나뉘는 구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기피후보 당선자들은 3파전 선거를 치른 경우가 많았다.

기피 후보의 평균 연령은 53.9세로 ‘선호 후보’의 평균 연령 51.8세보다 2.1세가 더 많았다. 출신 대학은 이른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비율이 37.5%로 선호 후보의 SKY 비율 57%에 비해 20%포인트 가까이 적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선호후보 조사 의미 “한국 정치, 풀뿌리 민주주의로 가고 있어”

유권자, 지역구 활동에 민감… 의정활동 평가수단도 필요

윤종빈 교수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미래정치연구소 소장
윤종빈 교수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미래정치연구소 소장
2012년 총선을 1년 앞두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개혁 이미지를 선점하기 위해 공천개혁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민은 어떤 후보를 원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와 고민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국내 언론사상 처음으로 진행된 이번 후보 경쟁력 연구를 통해 국민이 원하는 후보를 계량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고 우리나라의 정치문화 수준도 가늠해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정치가 풀뿌리 민주주의, 선진국형 정치문화로 가는 과도기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역구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중요 업무다. 초선의원일수록, ‘전문 정치인’일수록 지역구 활동을 열심히 하고, 우리 유권자들이 이런 정치인을 선호하고 있음이 이번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아울러 이번 분석을 통해 지역 유권자와 당원이 경선에 참여하는 상향식 공천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그러나 지금은 지역구 활동 외 의정활동이 공천이나 투표 과정에서 반영될 여지가 거의 없다. 향후 유권자들이 의정활동을 평가기준으로 삼을 수 있도록 의정활동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진행해 공표할 필요가 있다.

이번 조사에 한계도 있다. 개별 선거구마다 출마한 후보 수가 다르고, 무소속이 강세였던 지역, 자유선진당이나 민주노동당 등 군소정당이 강세를 보인 지역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했지만 이를 감안하지 않았다.

국민들은 매년 반복되는 국회 폭력과 올해 초 정치자금법 밀실개정 시도 등으로 인해 정치 불신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 선거는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는 호기다. 내년 19대 총선에서 정치권이 국민의 뜻에 맞는 후보를 공천해 그들의 ‘진검승부’를 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윤종빈 교수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미래정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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