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신경혁명, 축복일까 악몽일까… 누군가 당신의 뇌를 읽거나 통제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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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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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퓨처/잭 린치 지음·김유미 옮김/368쪽·1만5000원/해나무

1966년 8월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에서 총기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인 찰스 위트먼은 본부 건물에서 사냥하듯 총을 난사했다. 이 사건으로 14명이 죽었다. 위트먼은 전날 밤 어머니와 아내도 살해했다.

경찰에 저격당해 사망한 위트먼을 부검한 결과 그의 뇌에서 악성종양이 ‘편도’라는 부위를 누르고 있었다. 이 부위는 정서를 처리하는 곳이다. 사건 전에 그는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증세를 보였고, 그를 진단한 의사는 바륨 처방을 해줬다.

이 책의 저자는 “오늘날 정신과 의사가 위트먼과 같은 정신상태를 지닌 환자를 상담한다면 그 의사는 바로 뇌스캔을 지시할 것이다. 자기공명영상(MRI)촬영으로 악성종양을 확인할 것이며 가능한 한 빨리 수술할 것”이라고 말한다. 뇌과학이 오늘날처럼만 발달했더라도 그런 끔찍한 사건은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책은 나날이 발달하고 있는 신경과학 혹은 뇌과학이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꿔 놓고 있는지 소개하고, 앞으로 어느 정도까지 우리 일상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전망을 담았다. 저자는 “신경기술(neurotechnology)이 마케팅에서 종교, 전쟁, 예술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진보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소위 ‘신경사회(neurosociety)’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한다.

첨단 기기의 등장과 함께 뇌 속에서 벌어지는 작용을 시각적으로 파악하는 기술이 발달하고 있다. 뇌영상 실험을 재판에 활용하고 마케팅을 위한 기초 자료로 사용하는 등 신경기술의 발달은 이미 우리의 일상을 크게 바꾸고 있다. 사진 제공 해나무
첨단 기기의 등장과 함께 뇌 속에서 벌어지는 작용을 시각적으로 파악하는 기술이 발달하고 있다. 뇌영상 실험을 재판에 활용하고 마케팅을 위한 기초 자료로 사용하는 등 신경기술의 발달은 이미 우리의 일상을 크게 바꾸고 있다. 사진 제공 해나무
신경기술은 이미 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현재 미국 법정에서는 심각한 소송을 다룰 때 신경과학에 기초한 증거에 점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추세다. 예를 들면 한 쪽이 계약서를 작성할 정도의 정신 능력에 못 미치는 것으로 밝혀질 경우 그 계약서의 효력을 무효화시키기 위해 신경영상을 사용하는 식이다.

신경기술은 경제 현장에도 접목되고 있다. 한 뇌스캔 실험에서 피험자의 뇌는 상품 사진을 보거나 가격을 알거나 결정을 내릴 때 각각 다른 부위에서 활성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런 연구를 통해 상품의 구매 여부를 예상할 수 있다는 게 이 실험이 보여준 결과였다. 저자는 “기업들은 뇌영상 덕분에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고 말했다.

저자는 신경기술을 더 발전시키면 신뢰와 공감을 일으키는 옥시토신 호르몬을 사용해 좀 더 인간적인 가정, 학교, 환경을 의도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그는 “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하자면 위성을 통한 뇌파 감지 시스템을 통해 전쟁 시 적군의 적의를 파악하고, 약물을 통해 전투력이 증강된 군인들을 키우는 방법 등도 현재 연구하고 있다”고 전한다.

신경기술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시장조사 업체 뉴로인사이츠의 공동 설립자인 저자는 신경기술의 발달과 함께 ‘신경혁명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견한다.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화혁명 등 인류 역사에 있었던 세 번의 혁명이 급격한 변화를 불러온 것처럼 신경혁명도 우리의 일상을 크게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문제점도 적지 않다. ‘신경윤리학’ 차원의 고민들이 특히 문제다. ‘용의자들이 유죄판결을 받기 전에 정부가 그들의 뇌를 스캔할 권리가 있나’ ‘범죄자에게 교도소에 가는 대신 마음을 개조하는 치료를 받으라고 권고할 수 있나’ 같은 문제가 대두될 것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이렇게 뇌 연구는 일상에 적용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과 접목되면서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혹은 답답하게 통제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으로 우리 손에 쥐여졌다”고 말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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