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000>曰臣聞之胡흘하니 曰王坐於堂上이어시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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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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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와 제나라 宣王의 대화가 이어지는데, 대화 속에 남의 말을 인용하고 있고 그 인용 속에 또 대화가 들어 있어서 조금 복잡하다.

맹자는 제선왕의 신하 胡흘(호흘)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사실이냐고 제선왕에게 물었다. 호흘에 따르면, 어느 날 제선왕은 종의 표면에 짐승 피를 바르려고 소를 끌고 가는 자를 보고는 소가 死地로 끌려가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어서 소 대신 양으로 대신하라고 했다고 한다. 옛날에는 종을 주조하면 짐승 피로 표면의 틈을 발랐다. 에밀레종 전설도 그런 관습에서 나온 설화다.

흔鍾(흔종)은 새 종의 표면에 피를 바르는 일이다. 조선시대에는 쇠북 鐘을 鍾의 글자로 표기했다. 牛何之의 之는 ‘가다’는 뜻의 동사다. 舍는 捨와 같다. (각,곡)속(곡속)은 두 글자 모두 [-ㄱ]으로 끝나며 벌벌 떠는 모습을 나타내는데, 若자가 붙어 의태어임을 더욱 분명히 했다. 以羊易之는 양으로 그것(소)을 바꾼다는 말이다. 諸(저)는 지시사와 의문종결사가 결합된 형태다.

눈에 보이는 소를 불쌍하게 여겨 눈앞에 없는 양으로 대신하게 한 것은 측은해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윤리는 바로 이런 심정에서 발로하지 차가운 이성에서 나오지 않는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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