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뒤섞인 영웅, 잔혹한 응징, 유쾌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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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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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톡식 히어로’
대본 ★★★☆ 연출 ★★★★ 노래★★★☆ 춤★★★☆

유독성 물질에 오염돼 흉측한 얼굴을 갖게 된 ‘톡식 히어로’ 멜빈이 특유의 잔혹한 방법으로 불량배를 응징하고 있다. 사진 제공 쇼노트
유독성 물질에 오염돼 흉측한 얼굴을 갖게 된 ‘톡식 히어로’ 멜빈이 특유의 잔혹한 방법으로 불량배를 응징하고 있다. 사진 제공 쇼노트
14일 막을 올린 뮤지컬 ‘톡식 히어로’(연출 이재준)는 지난해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 ‘신상(품)’이다. ‘올슉업’의 조 디피에트로(극본) 등 유명 브로드웨이 제작진이 ‘톡식 어벤저(Toxic Avenger·유독성 복수자)’라는 제목으로 제작한 이 작품은 2009년 최우수 뉴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상을 수상하며 호평을 받았다.

제목 그대로 이 작품의 주인공은 유독성 물질에 오염된 영웅이다. 과학자를 꿈꾸는 고교생 ‘멜빈’(오만석 라이언)은 ‘왕따’였지만 유독성 폐기물에 오염된 뒤 엄청난 완력을 가진 ‘톡식 히어로’로 탄생해 폐기물을 무단 투기하는 부패한 권력과 맞서 싸운다.

설정 자체는 어딘가 익숙하다. 유독성 가스 냄새가 코를 찌르는 음침한 가상도시 트로마빌은 ‘배트맨’의 고담 시를, 비호감 얼굴은 ‘헬보이’를, ‘추남 영웅’을 좋아하는 시각장애인 여자친구는 ‘판타스틱4’를 떠올리게 만든다.

하지만 ‘톡식 히어로’를 ‘짬뽕된’ 영웅으로만 치부하기는 힘들다. 잔혹한 응징을 보여주고 이를 웃음으로 풀어내는 방식에서 개성이 넘치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불량배들의 팔과 다리를 뽑은 뒤 그것을 스틱 삼아 드럼을 치거나, 창자를 꺼내 줄넘기를 하거나, 뽑아버린 타인의 머리로 덩크슛을 한다. 객석에서는 “어휴∼” 하는 탄성도 나왔지만 킥킥대는 소리도 들렸다. 압권은 여자친구에게 차여 낙심한 뒤 홧김에 시민들을 살해하는 장면. 확실히 기존의 마냥 선한 영웅과는 다른 ‘괴물’에 가깝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톡식 히어로’에 대한 인간적인 공감보다는 상황 자체를 즐기는 것이 감상 포인트다. 불량배, 섹시한 여성, 과학자, 할머니 등으로 변신하는 ‘멀티맨’(임기홍 김동현) 두 명의 익살 연기, 시장과 멜빈 엄마 역을 한 배우(홍지민 김영주)가 펼치는 ‘야누스 공연’에선 웃음과 함께 큰 갈채가 터졌다. 록밴드의 라이브 연주는 숨 가쁜 장면 전환과 함께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새 영웅의 탄생까지는 모르겠지만, 유쾌하고 독특한 뮤지컬 하나는 탄생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i: 5만5000∼6만6000원. 10월 10일까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 KT&G 상상아트홀.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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