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시어로 노래한 사람살이의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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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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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조인선 지음/132쪽·7000원/문학과지성사

조인선 씨(44)의 새 시집 ‘노래’는 시가 사람에 의해 쓰인다는 사실을 새롭게 일깨운다. 그의 시는 생업에서, 가족에게서 나온다. 그의 시는 무심하게 쓰이는 것 같은데, 읽는 사람에겐 무심하게 읽히지 않는다. 파리를 잡으려다 쓴 시 ‘목숨’의 한 부분. ‘향기 하나 없는 너를 나라 하면 어떨까/손바닥 얼얼하게 하고 천장에서 꼼짝 않는다/나는 생을 담보로 어디로 가야 하나/저나 나나 존재는 마찬가지 얼마나 답답했을까.’

축산업을 하는 그의 주변에 늘 들러붙는 파리들. 그 파리가 시인에게는 스스로 살아가는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유치원에 가기 싫어하는 딸아이와 직장 일로 고단해하는 베트남인 아내도 시적 대상이다. 딸과 아내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일상에 익숙해져 가는 모습을 수수한 시어로 옮김으로써(‘생활의 발견1’), 그는 피부를 맞대는 사람살이의 힘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를 진솔하게 보여준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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