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편지/진주현]美하와이에선 동양문화가 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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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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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는 미국땅, 대마도는 일본땅,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노랫말이 아니었다면 하와이가 어느 나라 땅인지 몰랐을지 모른다. 올해 초에 새 직장이 있는 하와이로 이사하기 전만 해도 하와이에 대해 알았던 내용은 신혼부부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 훌라춤으로 유명한 곳, 일본이 공습한 진주만이 있는 곳,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하고 망명한 땅,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골퍼 미셸 위의 고향이라는 정도였다.

이렇게 무지한 상태에서 하와이에 도착한 나는 처음 유학길에 올라 미국 캘리포니아 땅을 밟았을 때보다 더한 문화 충격을 받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엄청나게 많은 동양인이다. 2008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하와이 인구의 40%(약 45만 명)가 동양인이라고 한다. 미국 전체를 통틀어 동양인이 5%가 되지 않음을 감안할 때 하와이는 미국 본토와 참으로 다른 곳임을 알 수 있다. 동양인 중에서는 필리핀과 일본에서 온 사람이 가장 많고 다음이 중국인과 한국인이다.

미국 전체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백인은 하와이 인구의 29%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백인을 지칭하는 하울레라는 하와이말이 따로 있다. 내가 이곳으로 오기 전에 살았던 캘리포니아나 펜실베이니아의 경우 백인이 주류이고 동양인은 비주류였다. 지난 7년간 미국에서 소수인종으로 지내는 데 익숙했던 내가 같은 미국 땅인데도 하와이에서는 갑자기 주류 집단에 속하게 됐다.

하와이에 와서 가장 신기했던 점 가운데 하나는 한국 음식이 굉장히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펜실베이니아에서 내가 살던 동네에는 작은 한국 식당 한두 개가 전부였다. 한국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는 미국인도 많았다. 하와이에서는 어딜 가도 한국 식당이 눈에 띄고 영자신문에도 한국 음식 조리법이 종종 실린다. 노란 머리 파란 눈의 백인이 굴러가는 영어 발음으로 ‘갈∼∼비 앤드 피시전’을 주문하고, 일본 사람들이 ‘가루비 앤드 기무치’를 주문하는 모습을 보면 괜히 내 마음이 뿌듯해진다.

하와이로 이사 온 사람 중에서 일부는 대륙과 너무 멀리 떨어진 작은 섬이어서 답답해 견디지 못하고 떠난다. 나는 반대이다. 하와이의 파란 하늘과 바다, 싱그러운 녹색 산과 나무, 화려한 색을 뽐내는 열대식물과 커다랗게 하늘을 수놓는 무지개에 둘러싸여 살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와 음식을 존중하고 좋아하는 미국인과 어우러져 살 수 있다는 사실 역시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다. 하와이 사람이 서로에 대한 존중과 애정을 표현하는 단어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독자 여러분, 모두 알로∼∼하!

진주현 재미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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