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종군취재]<4신>파르완주 州都차리카르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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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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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前 교전 대처요령 배울땐 비장감
공정 82% 식수공급 저수지건설 한창

2, 3중 철조망 출입구 나와 무장병력 등 30여명 동행
‘反탈레반’ 타지크족이 69% 남부 지역과 달리 ‘안전지대’

“미군은 여러분의 친구”  이슬람 여성들이 쓰는 히잡을 머리에 두른 미국 여성 PRT 요원들이 20일 아프가니스탄 파르완 주도 차리카르 시를 방문해 지역 주민들과 어울리고 있다. 차리카르=하태원 특파원
“미군은 여러분의 친구” 이슬람 여성들이 쓰는 히잡을 머리에 두른 미국 여성 PRT 요원들이 20일 아프가니스탄 파르완 주도 차리카르 시를 방문해 지역 주민들과 어울리고 있다. 차리카르=하태원 특파원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이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운영하는 종군기자 프로그램(Embed·임베드) 참가 4일째인 20일은 파르완 주의 주도(州都) 차리카르 시 인근의 관개시설 건설 현장을 방문하는 일정이다.

강한 바람을 동반한 굵은 빗줄기가 내리는 가운데 오전 7시(현지 시간) 바그람 기지 내 미국 지방재건팀(PRT) 앞에 대원들이 집결했다. 파르완의 재건을 지원하는 이 PRT는 육해공군 병력과 국무부, 농무부 공무원 등 90명이 힘을 합쳐 일하는 합동 태스크포스. 이날 차리카르 방문에는 이동 간에 안전을 보장할 무장병력, 관개시설 건설 현황을 점검할 민간 전문요원 등 30여 명이 동행했다.

출동병력을 이끈 소대장 데릭 플레처 중사는 특수지뢰방호차량(MRAP) 5대의 탑승자 명단을 발표하고 각 인원이 이동 간에 수행해야 할 임무를 설명했다. 특히 MRAP가 전복되거나 매복한 탈레반 병사와의 교전 중 사상자가 발생했을 경우 취해야 할 대처 요령을 다시 한 번 숙지할 때는 비장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출동 준비를 마치자 부대원 한 명이 무사귀환을 바라는 대표기도를 올렸다. 기도를 마친 뒤 대원들은 부대 상징인 ‘프라울러’(벵골산 표범의 일종)를 세 차례 원기왕성하게 복창한 뒤 MRAP에 올랐다.

바그람 기지에서 서북쪽으로 22km 지점에 위치한 차리카르 시로 향하기 위해 이용한 출입구는 1번 게이트. 군용차량을 제외한 일반차량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돼 있는 이곳은 부대를 출입하는 사람들의 도보 출입용 게이트다. 좌우로 매설된 지뢰의 위협에서 출입 인원을 보호하기 위해 2중 3중의 철조망이 쳐져 있었다.

군데군데 침수된 비포장도로를 꿀렁거리며 5분간 달린 뒤 좌회전을 하자 갑자기 차량과 아프간 현지인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바그람과 차리카르 시를 연결하는 ‘1번 도로’다. 미군들은 자기들끼리 알래스카로(路)라고 부른다.

차리카르까지 가는 길은 40분 내내 무너진 진흙 벽과 고속도로라고 부르기 민망한 도로의 연속이었다. 길을 따라 산으로 오르자 미국 PRT의 지원하에 벌이고 있는 관개사업 공사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운하가 흐르는 평지에서 4개의 대형 우물을 수원(水源)으로 삼아 산중턱까지 물을 끌어 올려 4개의 저수지에 보관하는 것이 1단계. 그 뒤 정수 과정을 거쳐 차리카르 시민들의 식수로 공급하는 것이 2단계다. 현재 공정은 82%. 미국 PRT의 지원을 받아 저수지 건설을 주도하고 있는 아프간 현지인은 “지금은 운하 물을 정수하지 않고 먹고 있어 아이들이 설사병 등에 빈번하게 걸린다”고 말했다.

전기 사정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지역 주민들은 10여 가구가 1개의 소형 발전기를 공유하며 그나마 낮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밤이 되면 오후 9시 정도까지만 활동을 하고 전기를 아끼기 위해 잠에 든다.

관개사업 현장을 둘러본 PRT 요원들은 예정에 없이 차리카르 시 최대의 번화가인 상업·업무지역으로 방향을 돌렸다. 중심지에 있는 로터리를 중심으로 좌우로 1km 구간의 이 지역은 상점과 물건을 사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아프간인들로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예고 없이 아프간인들이 많이 모인 차리카르 시내 중심가를 둘러볼 수 있었던 것도 안전에 대한 자신감으로 볼 수 있다.

파르완 주 인종의 구성이 탈레반의 주축을 이루는 파슈툰족과는 적대적인 타지크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이다. 전체 약 57만 명인 주 인구의 69%를 차지하는 타지크족은 주 전역에 골고루 분포하고 있다. 파르완 주 관계자들은 “탈레반이 주로 활동하는 남부 지역과는 문화나 생각이 사뭇 다르다”며 “타지크족은 탈레반과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벌였던 북부동맹의 주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시내 방문에서는 단연 두 명의 여성대원이 눈에 띄었다. PRT 소속의 에이머스 상병과 현지 통역요원인 타므라스 씨는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아이들과 즉석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궁금해하는 것에 대답도 해주던 에이머스 상병은 “미군이 절대로 아프간 사람들의 적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타므라스 씨는 시장에서 몇 가지 상품을 구입했다. 그는 “아프간 전통 빵인 난이 10개에 불과 2달러”라며 “조그만 것이라도 사주면 굉장히 고마워한다”고 말했다.

차리카르(아프가니스탄)=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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