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법정스님 책 ‘무소유’ 품절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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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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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열기 서점으로… 판매순위 1~8위까지 차지

서점마다 법정 스님 저서의 재고가 바닥났다. 법정 스님이 입적한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 마련된 특별코너 모습. 변영욱 기자
서점마다 법정 스님 저서의 재고가 바닥났다. 법정 스님이 입적한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 마련된 특별코너 모습. 변영욱 기자
12일 오후 3시경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법정 스님이 입적하자 서점 측이 따로 마련한 추모 코너에 시민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무소유’ 등 일부 대표작들은 벌써 품절돼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도 많았다.

직장인 우은애 씨(34·여)는 “서점을 세 곳이나 들렀지만 ‘무소유’가 품절돼 살 수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아예 법정 스님의 저서를 모두 사 모으려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서점 측이 진열해 놓은 스님의 저서를 9권이나 집어 든 윤재혁 씨(57)는 “스님이 ‘책을 더는 출간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셨다고 해서 지금이 아니면 소장할 수 없을 것 같아 급히 왔다”고 말했다.

‘무소유’의 정신을 남기고 입적한 법정 스님을 추모하는 열기가 ‘저서 다시 읽기’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작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은 책들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등 온·오프라인 서점 업계는 관련 이벤트와 추모 코너를 따로 마련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재고가 바닥나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12일 오후 현재 이들 업체는 홈페이지에 ‘무소유’ 등 법정 스님의 대표작이 품절됐다는 안내문을 띄워 놓았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에서는 법정 스님이 입적한 11일 하루에만 ‘무소유’가 1835권이나 팔렸다. 평소보다 20배 정도 많은 판매량이다. 일일 베스트셀러 순위도 ‘무소유’가 1위였고, ‘아름다운 마무리’(2위), ‘일기일회(一期一會)’(3위) 등 1위부터 8위까지가 모두 법정 스님의 책이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일단 보유하고 있는 재고는 모두 동이 났다”며 “출판사들에게 책을 더 공급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확실한 답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인터파크 오경연 북마스터도 “앞으로 물량이 확보되더라도 소량으로 한정 판매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출판업계 관계자들은 “내 책을 더는 출간하지 말라”는 법정 스님의 유지 때문에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민들은 “법정 스님 책을 앞으로 영영 살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소유’를 출간한 범우사 김영석 편집실장(52)은 “서점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고, 독자들도 스님의 책을 읽을 권리가 있는 만큼 다비식이 끝나면 길상사 측과 증쇄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출판업계에서는 자신의 책을 더는 출간하지 말라는 스님의 유지가 있었지만 독자들의 요청과 출판사의 이해관계 때문에 절판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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