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위조품은 왜 더 진짜 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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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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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미술사/토머스 호빙 지음·이정연 옮김/736쪽·2만8000원·이마고

미술 감정가가 쓴 전문 위조의 수법과 역사
“탐욕 존재하는 한 위조품도 사라지지 않아”

판 메이헤른이 그린 베르메르 위작 ‘오르간 옆의 남과 여’(왼쪽)와 베르메르의 ‘마리아와 마르타의 집에 있는 그리스도’(오른쪽). 오르간 건반과 손의 비율이 어색하고 인물 표현력이 부족해 위작임이 분명히 드러난다. 사진 제공 이마고
판 메이헤른이 그린 베르메르 위작 ‘오르간 옆의 남과 여’(왼쪽)와 베르메르의 ‘마리아와 마르타의 집에 있는 그리스도’(오른쪽). 오르간 건반과 손의 비율이 어색하고 인물 표현력이 부족해 위작임이 분명히 드러난다. 사진 제공 이마고
“미술품 위조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으며, 인류가 지속되는 한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위조품 중 최고(最古)의 위조품은 무엇일까. 바로 19세기경 이탈리아 로마 외곽의 한 도시에서 발견된 테라코타 사발이다. 이 사발은 고대 이집트 양식을 띠었지만 페니키아어로 소유주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처음에는 이집트 미술품이 이탈리아로 수입됐다는 증거로 여겨졌지만 곧 진실이 드러났다. 사발의 조각은 엉성한 데다 해독이 불가능한 엉터리 상형문자만 잔뜩 새겨져 있었다. 당시 페니키아 미술상이나 상인이 진짜 이집트산 미술품인 양 속여 팔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책의 저자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장을 지낸 전문 미술품 감정가. 그는 미술품 위조의 역사는 물론 직접 만난 미술품 전문 위조꾼, 자신이 속아서 샀던 위작들까지 미술품 위작의 세계를 흥미진진하게 펼쳐놓는다.

‘성공적인’ 위조품을 만들어 내기 위한 위조꾼들의 방법은 기상천외하다. 원작의 제작방식을 탐구해 재현하고, 오래된 것처럼 보이도록 교묘하게 흠집을 낸다. 가장 어려운 일은 수집가가 믿을 만한 ‘출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주로 활동했던 네덜란드의 판 메이헤른은 이 모두를 완벽하게 성공하는 데 상당히 근접했던 위조꾼이었다. 메이헤른은 어릴 때부터 남의 작품을 복제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그는 베르메르의 작품을 면밀히 관찰한 뒤 여러 그림을 뒤섞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베르메르가 썼던 방식 그대로 안료를 갈아서 사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베르메르가 작품 활동을 쉬었던 약 10년간의 공백기, 이른바 ‘잃어버린 시기’에 그려진 그림이라고 출처를 밝혔다. 그는 이렇게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메이헤른은 곧 덜미를 잡혔다. 위조품이라는 것이 들통 나서가 아니었다. 당시 베르메르의 작품으로 알려진 자신의 위작 ‘간음한 여인’을 나치에 넘겼다는 혐의를 받게 된 것이다. 그는 나치에 협조했다는 혐의를 피하기 위해 위조꾼이라는 사실을 자백했다. 그는 나치가 약탈하려던 다른 네덜란드 회화와 맞바꾸기 위해 일부러 위작을 만들었다고 변명했다.

저자는 직접 위조 전문 화가의 작업을 지켜보기도 했다. 미술사를 공부하던 대학생 시절 만난 프랭크 켈리가 그 주인공이다. 켈리는 당시 18, 19세기 초에 그려진 장식용 회화를 복원하는 일을 했다. 그와 친했던 저자는 작업실에서 ‘그리다 만’ 모네의 작품들을 발견한다. 실은 인상주의 화가의 작품을 위조해 파는 위조 전문 화가였던 것이다.

켈리는 저자에게 △위작은 항상 원작보다 예쁘고 매력적이고 에너지가 넘치고 조금 더 오래돼 보인다 △과학적 분석은 항상 상충되는 증거를 제시하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것을 가장 중시해야 한다 등의 원칙을 들며 위작을 가려내는 비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로마인들은 그리스 문화에 대한 애정 때문에 각종 그리스 미술품을 위조했다. 중세 베네치아는 나라의 권위를 더하기 위해 도시의 건물을 고대 로마 건물처럼 만들었다. 위대한 미술품을 통해 권위와 부를 얻으려는 인간의 욕망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위조품도 함께 있었다.

저자는 사람들이 수준 낮은 위조품에조차 쉽게 속는 이유를 지나친 욕심과 성급함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욕구와 긴박함과 탐욕에 흔들리지 않는 것, 무엇보다도 작품에 대한 순수한 사랑만이 미술품을 수집하는 정당한 동기로 작용해야 할 것”이라고 ‘짝퉁’을 피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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