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60代 신인작가’가 그린 삶의 아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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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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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해풍의 정원/박찬순 지음/383쪽·1만 원·문학과지성사

이순의 나이로 등단한 늦깎이 신인의 첫 소설집. 다루는 소재의 범주가 다채롭다. 외화번역가, 중국 서민음식인 양꼬치와 흰집칼새 둥지 요리, 태국 마사지 등 이색적인 소재들도 치밀하게 취재해 가공해낸다. 작품의 시공간 역시 우즈베키스탄에서 체코, 태국까지 폭넓다.

등단작인 ‘가리봉 양꼬치’는 조선족 출신인 가리봉동의 양꼬치 요리사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 불법체류자인 부모를 찾아 서울에 온 그는 방황 끝에 가리봉동에 정착했다. 그는 각고의 노력 끝에 자신만의 비법을 담은 양꼬치 소스 개발에 성공한다. 어려웠던 일들을 회상하며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는 그의 앞에 조직폭력배들이 나타난다. 그는 소스의 비밀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들의 칼에 맞고 쓰러진다.

작가는 이처럼 비정한 세계의 일면을 과장이나 꾸밈없이 차분하게 응시한다. ‘지질시대를 헤엄치는 물고기’는 탈북자가 주인공이다. 자유시장정책을 주장하다 숙청당한 아버지를 둔 ‘나’는 중국을 거쳐 간신히 탈북한 뒤 우여곡절 끝에 청계천 광장시장의 지오수족관에 불법 취업한다. 다행히 주인이 ‘나’를 아끼고 보살펴주지만 ‘나’는 그에게 좀처럼 마음을 열기 힘들다. ‘잭나이프를 하는 바퀴’는 한때 잘나가는 드라마 PD였으나 강직한 성격 탓에 웨딩 비디오 촬영에서 택배기사로까지 전락한 남자의 이야기다.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김병익 씨는 “신진작가들이 자부하는 신선한 감수성에 더불어 젖어가면서도 자신이 살아온 근대화 시대의 리얼리즘 세대가 지녀온 삶의 의미 추구에의 소망을 여전히 잘 간수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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