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분석]경영학 관점에서 본 ‘브랜드 유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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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4일 14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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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전략(강점-위협전략)이 최선, WO(약점-기회전략)이 최악
● 이미 ST전략을 선택한 유재석의 명민함


SWOT는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의 머리글자를 모아 만든 경영학 용어다. 1970년대 스탠퍼드 대학에서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들을 연구하면서 얻게 된 결과를 바탕으로 기업 환경 분석을 통한 전략제시의 명쾌한 분석틀로 각광 받아왔다.

어떤 기업의 내부환경을 분석해 강점과 약점을 발견하고, 외부환경을 분석해 기회와 위협을 찾아냄으로써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죽이고, 기회는 활용하고 위협은 억제하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따지고보면 MC 유재석'은 '1인 기업'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예능계 1등 브랜드로 통한다. '기업 유재석'의 현재는 △조화로움(장점) △약한 색깔(단점) △대중들의 지겨움(위기) △뛰어난 자기관리(기회) 등으로 나눠 분석할 수 있다.

MC 유재석의 SWOT 분석표



1등 브랜드 유재석의 저력

오랜 기간 방송계 최고의 블루칩으로 자리매김한 유재석의 영향력을 가늠해 볼 자료가 있다. 한 시사주간지가 18년간 실시해온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란 조사가 바로 그것이다. 참여인원은 많지 않지만 한국 사회 100여명의 전문가들이 선정한 결과이기 때문에 '영향력'을 가늠할 때 자주 언급된다.

2007년 여름 '연예인 분야' 조사에서 가수 비(20.6%)와 배용준(19.8%)에 밀려 6위에 그쳤던 유재석(5.7%)는 2008년 조사에는 3위(13%)로 1위 배용준(16.6%)과 서태지(15.2%)을 추격했고 2009년 조사에서는 드디어 가수 비(19.9%)에 이어 2위(15.2%)에 올랐다.

가수 '비' 그리고 배용준 등의 한류스타가 한국 시장을 넘어 아시아 시장에서 통하는 브랜드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시장에 머물고 있는 유재석의 영향력의 크기를 실감할 수 있다. 게다가 3년 연속 강호동을 제쳤다는 점에서 전문가 그룹에서의 평가는 '유재석>강호동'이라는 설명도 설득력을 갖는다.

유재석이 '자기관리'에 얼마나 철저한지 말해주는 일화는 어디서든지 찾아볼 수 있다.

2007년 무한도전에서 '서울구경'편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유재석은 당시 급하게 촬영 도중 한 슈퍼마켓에서 작은 외상거래를 해야 했다. 그때 그는 가게주인에게 남들이 들으면 인사치레로 들릴 수 있는 "만일 결혼하게 되면 결혼식에 초청하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1년 뒤 실제 이 약속을 지켰다는 것이다.

최고의 화제를 남긴 유재석-나경은 결혼식도 마찬가지다. 상당수 연예인들은 결혼이라는 '좋은 일'에도 갖은 구설수로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당시 최고 예능인인 유재석 커플에게는 적잖은 결혼식 관련 무료 협찬 제의가 쏟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 커플은 이런 제의를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자기 돈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현명함을 보였다.

동료인 MC 김제동이 여러 프로그램에서 중도 하차하자 유재석이 보인 의리도 세간의 화제가 됐다. 김제동의 1인 토크 콘서트가 열리자 유재석은 "언제 어디서라도 게스트가 펑크가 나면 내가 등장해 몸으로 때우겠다"고 김제동에게 약속한 것. 이 같은 철저한 주변 관리가 1등 브랜드를 만든 원동력이 된 셈이다.

MC 유재석은 ‘움직이는 1인 기업’이라 칭할만 하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장기집권이 전망되지만 이를 위한 과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MBC=‘무한도전’
MC 유재석은 ‘움직이는 1인 기업’이라 칭할만 하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장기집권이 전망되지만 이를 위한 과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MBC=‘무한도전’


이미 ST전략을 선택한 유재석의 명민함

그러나 유재석은 요즘 전형적인 1등 브랜드의 피로감에 둘러싸여 있다. 때문에 이를 극복할 전략으로는 SWOT 분석 상으로 네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① SO전략(강점-기회전략): 자신의 강점을 강화해 새로운 기회를 찾는 방법
② ST전략(강점-위협전략): 고정적인 방송포맷을 버리고 잠시 숨을 고르는 방법
③ WO전략(약점-기회전략): 기존의 이미지를 버리고 새로운 기회를 찾는 방법
④ WT전략(약점-위협전략): 잠시 숨을 고르면서 새로운 이미지 발굴


첫 번째 'SO전략'이란 전형적인 1등이 취할 수 있는 '장점 활용' 전략이다.

문화평론가 조희제 씨는 "유재석의 매력이라면 게스트나 주변사람들의 '정신없음'을 정리해내는 힘이다. 무한도전은 그의 정리능력이 없었으면 산만함에 무너졌을 것"이라고 정의한다. 유재석은 주변을 제압하는 '독재' 스타일이 아닌 조용히 스며들어가는 '조화'를 추구하는 캐릭터라는 점이다.

문제는 현재의 유재석이 이 같은 전략을 취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당장 진행 중인 프로그램까지도 하차를 고려할 정도로 체력적인 한계는 물론 이미지 고착이란 딜레마에 도달했기 때문. 유재석의 장점은 '카리스마'를 원하는 시대의 변화와 맞물리면 약점으로 돌변할 수도 있을 정도로 지금은 환경의 변화기다.

그렇다고 자신의 약점으로 지목된 '약한 색깔을 포기하는 세 번째 'WO전략'이나 네 번째 'WT전략'을 택하기도 고민스럽다. 이는 유재석의 장점인 조화로움과 긴밀하게 연결됐기 때문이다.

결국 유재석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두 번째 ST전략이 최선에 가깝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실제 유재석의 선택은 ST전략에 근접해 가고 있다. 무한도전과 이미지가 상당부분 중첩될 뿐만 아니라 소속사와 방송사의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패밀리가 떴다'에서 과감하게 하차하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게다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대해 대중이 지겨워하고 있다는 점도 유재석이 간과하지 않았을 중요한 외부 환경이다.

1등을 달려온 브랜드가 휴식을 택한 것은 의외의 일이지만 재충전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들고 나올 기회도 얻게 됐다. 10여 년간 정상의 길을 달려온 예능인의 명민함이 잘 드러난 대목이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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