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기억을 잃고 다리위에서 거주하다

  • 입력 2009년 4월 11일 02시 56분


◇다리/이언 뱅크스 지음·이예원 옮김/432쪽·1만1800원·열린책들

한 남자가 의식을 잃고 강물에 떠내려가다 다리 위에 사는 사람들에게 구조된다. 사람들은 기억을 잃은 그에게 ‘존 오르’란 이름을 붙여준다. 그는 기억을 되찾기 위해 조이스 박사의 치료를 받으면서 다리의 행정기구에서 지원해주는 돈으로 풍족한 생활을 누린다.

하지만 존 오르는 이 다리의 정체가 뭔지, 다리 바깥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다. 오르는 치료를 받을 때 자신이 꾼 꿈을 지어내 말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것이 지어낸 꿈인지, 자신이 진짜로 꾼 꿈인지 혼동이 생긴다. 오르의 주변에서는 수상쩍은 일이 잇따라 발생한다. 전화기는 신호음만 남기고 불통되고, 다리 바깥에는 비행기들이 날아와 비행구름으로 정체불명의 메시지를 남기고 사라진다. 다리의 정체를 알아내고자 관련 도서관을 찾아가는 존 오르의 노력은 허사로 돌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집으로 들이닥친 사람들은 그가 다리 아래로 재배치됐다며 하층민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쫓아버린다.

이야기는 오르와 오르의 꿈, 별다른 설명 없이 등장하는 삽화들과 또 다른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이중 삼중으로 얽혀들며 교차한다. 본격 문학과 SF소설을 함께 발표해온 영국작가 이언 뱅크스의 대표작으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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