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소년, 그림 속 소녀를 사랑하는데… ‘다른 남자’

  • 입력 2009년 4월 4일 02시 55분


◇ 다른 남자/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김재혁 옮김/344쪽·1만1000원·이레

케이트 윈즐릿 주연으로 개봉한 영화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친숙해진 독일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중단편집. 죄와 책임을 문학적 주제로 삼아 전후 독일의 도덕성 문제에 천착해 온 작가의 이번 소설집에는 시대, 상황적 배경이 다양한 여섯 편의 작품이 수록됐다.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녀와 도마뱀’은 아버지의 서재에 걸린 그림 속 소녀를 보며 사랑을 느끼는 소년의 이야기. 그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그림과 관련된 조사를 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아버지가 유대인들에게 범한 죄를 알게 된다. 전후 독일이 짊어져야 했던 역사적 부채와 그 ‘아버지’ 세대에 대한 연민의 정을 그림을 매개체로 표현해냈다.

지난해 리처드 이어 감독의 ‘디 아더 맨’이란 영화로 선보이기도 했던 표제작은 죽은 아내의 숨겨진 애인이 보낸 편지를 받고 질투심을 느끼는 남편의 이야기. 자신이 몰랐던 아내의 모습까지 언급하는 편지 내용에 격분해 결국 아내의 옛 애인을 직접 만나게 된 그는 그와 대화하며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독일 통일 후 동독과 서독이 겪은 오해와 화해의 과정을 나약한 지식인 부부를 통해 그려낸 ‘외도’도 실렸다. 원제는 ‘사랑의 도피’.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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