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20년 美금주법 시행

  • 입력 2009년 1월 17일 02시 58분


말런 브랜도와 알 파치노 주연의 ‘대부’, 로버트 드니로 주연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언터처블’, 최근 개봉한 앤젤리나 졸리의 ‘체인질링’.

네 영화의 공통점은?

금주법 시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금주운동이 일어난 것은 남북전쟁 훨씬 전부터다.

1826년 결성된 전미 금주협회의 회원이 3년 만에 10만 명을 넘어서는 등 금주운동은 해를 거듭할수록 미국 전역에서 힘을 얻어갔다.

반기독교적이라는 등의 이유로 진행되던 금주운동은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에 참가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전시의 식량 절약과 맥주를 만드는 적국 독일에 대한 반감이 겹쳐지며 미국 내에서 알코올음료의 양조, 판매, 운반, 수출입을 금지하는 금주법이 탄생했다.

물론 금주법 제정에는 대도시 빈민가에 사는 외국 이주민들의 술로 인한 사고를 막으려는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1920년 1월 17일 시행된 금주법은 더 큰 범죄를 몰고 왔다.

마피아를 포함한 갱들은 술의 밀조, 밀수, 밀매에 개입해 천문학적인 이익을 챙겼다. 대부분의 대도시에는 갱들이 직접 운영하는 비밀 술집이 있었다. 술집의 고객은 경찰, 고급 공무원, 사업가들이었고 갱들은 정치인들과 은밀한 연대를 맺었다.

이러한 갱들의 대표적 인물이 영화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는 알 카포네다. 스카페이스로 불린 카포네는 시카고 암흑가의 황제로, 경찰도 제지할 수 없는 거물이 됐다.

갱들의 ‘활약’으로 금주법 시행 전 18만여 곳이던 술집은 금주법 시행 10년 만에 오히려 3배 이상 폭증했고, 이에 비례해 미국인의 1인당 1년 술 소비량도 오히려 늘었다.

금주법의 수혜자는 또 있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프 케네디다. 보스턴의 소상인이었던 그는 마피아의 밀주 판매에 개입하면서 재벌이 됐고 덕분에 그의 가문은 대통령을 배출할 정도의 ‘귀족 가문’으로 올라섰다.

캐나다의 위스키 회사들도 마피아의 후원과 밀수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며 성장했다.

결국 숱한 부작용만 낳은 금주법은 1929년 대공황이 시작되면서 완화됐고 1933년 수정헌법 제21조에 의해 폐지됐다.

그런데 이러한 금주법은 미국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소련은 1925년까지 금주법을 시행했고 핀란드도 1919년부터 1932년까지 금주법을 지켰다.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 쌀로 막걸리를 만들지 못하도록 한 것이 일종의 금주법이라 할 수 있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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