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65년 英사형제 폐지

  • 입력 2008년 11월 8일 03시 01분


1965년 11월 8일 영국이 사형제 폐지국가 대열에 합류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상·하원을 통과한 사형폐지법안에 서명한 것이다.

고대로부터 형벌의 기본원칙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였다. 농경시대엔 범죄자를 가둬둘 인적, 물적 자원이 부족했다. 흉악범이라도 탈출하면 오늘날 같은 추적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불안한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사형은 불가피했다. ‘마녀 광풍’이 불어닥친 중세 때는 산 채로 불태워 죽이는 등 수많은 공개처형이 있었다.

18세기 유럽을 휩쓴 계몽사상이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면서 사형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형법학자 체사레 베카리아는 저서 ‘범죄와 형벌’(1765)에서 사형제 폐지를 처음 주장했다. 베네수엘라, 코스타리카 등 여러 중남미 가톨릭 국가는 19세기에 사형제를 없앴다.

사형제 폐지 목소리가 높아지고 많은 국가에서 제도 폐지로 이어진 것은 20세기 들어서다. 1961년 국제사면위원회(국제앰네스티)가 출범했고 1977년 사형제도를 무조건 반대한다는 스톡홀름 선언에 16개국이 서명하면서 사형제 폐지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은 사형제 폐지를 회원국 가입 선결조건으로 규정한다. 터키는 EU에 가입하려고 2002년 8월 사형제를 없앴다.

한국에서는 1989년 사형 폐지 운동협의회가 결성된 뒤 사형제도 폐지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김영삼 정부 말인 1997년 12월 30일 사형수 23명에 대한 집행이 이뤄진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형집행이 없었다. 한국은 지난해 말 앰네스티가 인정하는 ‘사실상 사형제 폐지 국가’가 됐다.

그래도 사형제의 존폐는 아직 한국 사회에서 논란을 일으킨다. 죽음으로 죄를 갚게 해야 할까, 갱생 기회를 줘야 할까. 존치론자는 흉악범 사형이 국민의 법 감정과 사회정의에 부합하고 범죄 억제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폐지론자는 국가에 의한 제도적 살인이며 사형제가 있는 국가라고 해서 흉악범죄가 줄지 않았다고 맞선다. 또 오판의 여지, 정치적 악용 우려도 제기한다.

앰네스티는 2006년 전 세계에서 집행된 사형의 91%는 중국과 이란, 이라크, 파키스탄, 수단, 미국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2007년 유엔 총회는 사형 집행 중단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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