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탄트 민트우]미얀마, 제재보다 원조가 먼저다

  • 입력 2008년 5월 23일 02시 55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미얀마를 방문했다. 유엔 수장으로서는 40여 년 만의 첫 공식 방문이다. 반 총장은 사이클론 나르기스의 최대 피해지역인 이라와디 삼각주를 돌아보고 군사정부가 국제사회의 접근을 허락하도록 설득할 것이다.

그는 단지 최악의 자연재해로 비틀거리는 국가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다. 원조를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가 정치적 문제가 되고, 응급구호 뒤에는 회복과 재건이라는 한층 복잡한 도전이 남아 있는 국가를 찾는 것이다.

1990년 롤프 카리에르 당시 양곤 주재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이사는 미얀마의 빈민들, 특히 어린이들을 괴롭히는 ‘소리 없는 긴급 상황’을 경고했다. 그는 인도주의적 지원 및 개발원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화될 때까지 원조를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그의 호소는 무시당했다. 미얀마 군사정부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에 경제개혁을 위한 원조를 요청했지만 서구 국가들은 미얀마의 민주화를 압박한다는 명분으로 경제제재에 나섰다. 유엔 원조를 포함한 거의 모든 원조가 끊어졌다.

미얀마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가운데 하나다. 수백만 명이 절대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하지만 미얀마 국민 한 사람이 받는 국제원조액은 연평균 2달러에도 못 미친다. 베트남의 10분의 1, 라오스와 캄보디아의 20분의 1 수준이다. 매년 어린이 수천 명이 말라리아와 같은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숨지고 있다.

미얀마 군정은 해외 원조를 기대하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다. 해외 원조는 결국 반정부 세력을 돕고 군부를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음모일 수 있다며 두려워했다. 반정부 세력들도 원조가 군정의 정권 유지를 견고하게 할 뿐이라고 우려해 왔다.

수십만 명의 생명이 경각에 처해 있는데도 미얀마 장군들은 국제사회에 문을 열지 않고 있다. 반세기의 내전과 외국의 간섭에 시달려 모든 것을 안보의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그들로서는 국제사회에 국경을 개방한다는 생각은 원초적 본능에 반하는 것이다.

앞으로가 더 걱정스럽다. 일단 시급한 위기가 끝난다 해도 이라와디 삼각주가 재건되기까지는 수개월, 아니 수년이 걸릴 것이다. 마을 전체가 무너졌고 수백만 명이 거처를 잃고 떠돌고 있다. 쌀값의 고공행진으로 그들의 삶은 더욱 고통스러울 것이다.

국제사회는 응급조치만 취하고 미얀마를 떠나야 할까. 아니면 이라와디 삼각주가 다시 살아나도록 도와야 할까. 황폐화된 지역을 재건하려는 마당에 미국과 유럽이 원조, 무역, 투자에 대한 포괄적 경제제재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이라와디 외에도 미얀마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이 끔찍한 빈곤 속에 살고 있다. 그들을 위해 국제사회의 원조가 확대되어야 할까. 전반적인 미얀마 경제발전의 비전 없이 어떤 재건이 가능할까. 군부와 어떤 경제적 대화가 가능할까.

정치적 문제도 있다. 미얀마 장군들은 군부의 우월적 지위를 보장하는 신헌법을 밀어붙이려 할 것이다. 반정부 무장 세력과 휴전 중이지만 평화에 대한 보장은 없다.

그렇다면 유엔은 미얀마의 정치적 변화를 추진할 수 있을까. 민주화될 때까지 빈민에 대한 원조를 멈춰야 할까. 최근의 사태가 미얀마의 장군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우선 반 총장은 당면 과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바로 사이클론에 희생된 사람들에게 시급한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얀마의 복잡한 정치경제적 도전에 유엔이 어떻게 대처할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탄트 민트우: 전 유엔 사무총장 우 탄트의 손자로 ‘잃어버린 발걸음의 강(江)-버마에 대한 개인사’를 썼다.

탄트 민트우 미얀마 문제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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