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홈]현장에서/부동산시장 ‘봄날’은 아직…

  • 입력 2005년 3월 27일 17시 12분


코멘트
요즘 “봄이 온 것이냐”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이런저런 주택 부동산 관련 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음을 염두에 둔 말이다.

겉으로 나타난 상황만 보면 그렇게 여겨질 수도 있다. 아파트 모델하우스마다 인파가 몰리고, 청약경쟁률도 제법 높다. 정부가 매달 발표하는 주택거래 건수나 주택건설 물량, 각종 거시경제지표를 활용해 앞으로 1년간의 부동산시장에 대한 전망을 보여주는 ‘조기경보시스템(EWS)’ 등은 모두 주택시장이 침체국면을 벗어난 것처럼 나타나고 있다.

미분양아파트도 올해 들어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법원 부동산경매장은 몰려드는 투자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한다. 지난달에는 전국적으로 4만 명이 넘게 응찰해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을 정도다.

하지만 반대 해석도 있다. 높은 청약경쟁률에도 불구하고 실제 계약률은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고, 늘어난 주택건설 물량은 “1년간 미룬 것으로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추진하는 사업”이라는 설명이다. 시장 전망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울며 겨자 먹기’로 하는 사업이 많다는 의미다. 법원경매의 호황도 침체기에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라고 평가한다.

얼핏 엄살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 부동산시장의 향방을 좌우하는 정부 정책 방향을 보면 과장된 해석만은 아니다.

적어도 현 정부가 유지되는 한 부동산 정책은 시장안정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고액 분양가나 임대보증금 논란이 일면 즉시 ‘분양가 공개’로 대처하고, 부동산경기 과열 조짐이 보이면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집값 오름세가 세금 증가폭을 웃돌고 있다며 세금문제를 가볍게 여긴다. 하지만 집 한 채가 평생 재산인 서민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래선지 필자는 “이제 봄날이 왔으니 투자 전략을 세우라”는 말보다는 “부동산시장에서 2001∼2003년 말과 같은 ‘봄날’을 기대한 투자는 위험하다”는 충고에 귀가 더 솔깃해진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