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강신복]학교체육지원 전담부서 만들어야

  • 입력 2005년 1월 28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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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은 오랫동안 국민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데에 가장 뛰어난 역할을 해 왔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볼 수 있었듯 정치와 경제가 보이지 않게 갈라놓은 우리 국민을 뜨겁고 진실되게 하나로 뭉치게 했다.

또 생활체육에 대한 열망과 갈증은 얼마나 강렬한가. 요즈음 집 주위의 스포츠센터나 공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체력을 단련하고 달리기 하는 모습은 더 이상 신기한 일이 아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성인 남녀의 체력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이는 문화관광부가 체육과학연구원에 의뢰해 7세 이상 국민 59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4 국민체력 실태조사’에서 확인됐다. 이 자료에 따르면 19세 미만 청소년은 2001년 조사에 비해 오래달리기,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제자리멀리뛰기 등 체력검사에서 전체적으로 기록이 떨어졌다. 하지만 40대 이상 성인 남녀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2004년도 중3 남학생과 40대 후반 성인 남성의 지구력을 비교해 보면 1200m 달리기에서 중3 남학생은 6분 34초 4, 40대 후반 성인 남성은 6분 4초 4다. 40대 후반 아저씨들이 10대 중반 청소년보다 지구력이 훨씬 좋은 기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학원 갈 시간도 없는데 운동할 시간이 있겠어요?” 이런 학생들의 반문에 그 답이 들어 있다. 입시 위주의 교육 정책으로 학교 내 체육수업 시수는 갈수록 줄고, 학교 밖에서도 우리 학생들의 운동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학교 체육시설은 또 어떠한가. 광복 후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체육관 하나, 수영장 하나 없는 학교가 허다하니 이 같은 ‘비실비실 10대’, ‘약골 청소년’의 모습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학교 체육시간에 유연성을 높이는 운동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이런 모습을 더 이상 좌시해선 안 된다. 우리의 미래와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면 하루빨리 청소년들이 튼튼하고 온전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야 한다.

선진 외국은 이미 학교체육의 역할과 가능성을 파악하고 국가적·국민적 차원에서 학교체육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일을 제대로 체계적으로 해나가기 위해 학교체육 전담부서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선 학교체육 정책의 수립 및 시행, 연구, 학생 체력 관리, 방과 후 체육 활동 지도, 운동부 육성과 관리 등의 업무를 총괄해야 한다. 그 부서에서는 반드시 ‘체육’이 핵심적 업무가 돼야 하고 ‘체육’이란 명칭이 명시적으로 부각돼야 한다.

교육인적자원부에 학교체육을 전담할 ‘학교체육정책과’의 신설은 매우 시급하고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하루빨리 학교체육이 정상화돼 전인교육에 공헌하고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풀뿌리 역할을 할 수 있기 바란다.

강신복 한국체육학회장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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