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한국의 내일을 묻는다’ 펴낸 정범모 교수

  • 입력 2004년 11월 19일 1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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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일기자
박주일기자
“한국은 작지만 기품 있는 나라로 발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력뿐 아니라 국격(國格)을 생각해야 돼요. 국력이 한 국가의 기본체력이라면 국격은 그 나라의 정신적 기강이 되는 이념적 품격입니다.”

정범모(79·사진) 한림대 석좌교수는 ‘한국의 내일을 묻는다’(나남출판)에서 현재 한국의 혼란은 국민이 국격이라 할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투철한 인식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흔히 민주주의라고 말하지만 정확히는 자유민주주의가 맞습니다. 민주가 폭력이나 혁명이 아니라 다수결 투표에 의한 정권 창출을 말한다면 자유는 그렇게 획득한 권력을 통해 추구해야 할 가치, 즉 국민의 자율적 행복 추구를 최대한 보장하는 일을 말합니다. 지금 한국 사회는 민주는 넘치지만 자유는 부족한 상황이지요.”

정 교수는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중시하는 진보와 자유를 강조하는 보수의 양 날개로 나는 법인데 요즘 진보와 보수의 분류는 반공이냐 친공이냐, 기성이냐 신진이냐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며 “나는 평소 진보적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분류에 따르면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잘못된 이분법이 횡행하는 데는 진보진영의 책임이 더 크다고 비판했다.

“존 스튜어트 밀은 저서 ‘자유론’에서 ‘토론자가 선택하기 쉬운 가장 비열한 수단은 상대방에게 비도덕, 비양심, 비애국자의 딱지를 붙이는 버릇’이라고 지적했어요. 이런 식으로 도덕적 낙인을 찍는 행위는 대화와 타협 자체를 거부하는 행위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1945년 학병에 징집된 지 2주 만에 광복을 맞았던 일, 1950년 6·25전쟁 발발 1주일 전 미국 유학을 떠났던 일, 6·25전쟁 와중에 돌아와 교수로 활동하면서 4·19혁명과 5·16군사정변을 겪었던 일 등 자신의 체험을 담담히 풀어 놨다.

“우리 세대는 몇 가지 지워지지 않는 역사의 상흔을 안고 있습니다. 나라 없는 설움, 고통스러운 가난, 처참한 전쟁, 그리고 숨 막히는 독재였습니다. 그런 체험 속에서 터득한 지혜를 젊은 세대들과 나눠보고 싶어요.”

그는 지난 50여년간 한국이 나라를 되찾고 가난의 질곡에서 벗어나며 외침의 피해가 없고 독재 없는 세상에 살게 된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또 그 축복이 얼마나 허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일깨워 주고 싶었다고 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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