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교등급제 파문’ 핵심은 학력격차

  • 입력 2004년 10월 8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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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등급제’ 실태조사를 벌인 교육부는 일부대학이 고교간 격차를 반영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고려대는 지난 3년간 수능성적과 진학실적을 고려해 보정점수를 부여했으며, 연세대와 이화여대는 참고자료로 제공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만을 근거로 대학을 몰아세우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고교등급제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에도 명확한 정의가 내려져 있지 않다. 이번에 지적된 내용을 보면 평균적인 학력이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고교의 재학생들을 전형 과정에서 배려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따라서 이번 파문은 모호한 개념인 고교등급제의 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고교간 학력격차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문제는 학력격차를 반영하는 것을 대학의 학생선발권으로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여부다. 평준화 체제에서 학력격차 반영은 교육기회의 평등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그러나 학력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는 상황에서 학력격차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국가적으로 교육을 왜곡하는 일이다. 학생들에게도 차이가 분명 있는 것을 없다고 보라고 가르칠 것인가. 더구나 대학의 인재 육성 기능을 인정하고 대학의 자율권을 존중한다면 당연히 학생선발권으로 인정해야 한다.

교육부가 재정지원 삭감과 입학정원 감축 조치를 들먹이는 것은 잘못된 잣대를 근거로 한 과잉 대응이다. 교육부는 한술 더 떠 계층별 분포 등 대학 구성원의 다양성 지표까지 공시하도록 주문하고 나섰다. 이런 식으로 대학마저 경쟁원리를 배제하고 평등주의로 흐르면 어떻게 국가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번 파문이 벌어진 근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고교 교사들이 내신을 부풀려 원인 제공을 했으며 정책 실패를 거듭해 온 교육 당국의 책임도 크다. 한번 단추를 잘못 끼우게 되면 나머지도 잘못되듯이 온통 뒤틀려 있는 입시제도를 바로잡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대학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일이 그 첫 단추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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