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民意존중해 相生의 정치를

  • 입력 2004년 4월 15일 1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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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승리했으나 정국은 한나라당과의 양강(兩强) 구도가 됐다. 13대 총선 이후 16년 만에 여대야소(與大野小)가 되긴 했으나 국민은 사실상 어느 한쪽의 독주도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승자나 패자나 이런 민의(民意)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의 승리는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대한 다수 국민의 반발과, 집권 여당이 계속 소수로 남을 경우 예상되는 국정운영의 불안정성을 염려한 민심 탓으로 보인다. 그만큼 어깨가 무거워졌다. 이제 명실상부한 다수당으로서 자기 책임 하에 국정을 끌고 가야 한다.

솔직히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보수와 진보, 급진세력까지 섞여 정체성(正體性)도 불분명한 데다가 비주류 의식마저 몸에 배어 과연 국정의 중심에 서서 나라를 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지 걱정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표현대로 아직도 스스로를 “기득권의 바다 위에 떠 있는 돛단배”로 생각한다면 그런 의식은 버려야 한다. 이제는 다수당이다. 다수당으로서의 무한한 책임감과 균형감각, 국가경영의 전문성을 보여 줘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안심한다.

총선 승리가 ‘시민혁명의 허가증’이 될 수도 없고 돼서도 안 된다. 탄핵 전까지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반드시 호의적이지만은 않았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수적(數的) 우위를 믿고 ‘판을 갈아엎겠다’는 식으로 나간다면 격렬한 저항을 부를 것이고 정치적 불안정성은 오히려 심화될 것이다. 국민이 양강 구도를 만들어 준 것은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상생(相生)의 정치를 하라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한나라당 또한 패배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막판 박풍(朴風)에도 불구하고 ‘차떼기’와 무리한 탄핵 추진, 좀처럼 씻어내지 못한 수구 냉전 이미지가 패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대여(對與) 견제의 막중한 임무를 맡겼다. 국정의 한 축으로서 때로는 견제하고 때로는 협조함으로써 우리 정치를 한 차원 높게 끌어올려야 한다. 이번 패배가 한나라당이 건전 보수로 거듭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진보세력의 제도권 진입에 대한 기대는 크다. 원내에서 보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또 다를 것이다. 역시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급선무다. 헌법 정신이나 우리의 정체(政體)와 맞지 않는 강령이나 정책은 과감히 수정해야 한다. 어떤 진보세력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인하고선 존립할 수 없다. 그 틀 안에서 건전하고 합리적인 사회민주주의 세력으로 성장해 나가겠다는 각오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도 지역감정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호남에서 한나라당은 단 한 석도 얻지 못했고 영남에선 열린우리당이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동야서여(東野西與)의 구도가 재현된 것이다. 지역감정의 벽을 허무는 노력이 총선 후에도 계속되어야 한다. 총선 결과가 지역주의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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