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주말시대]비틀스가 그리울땐 ‘매직컬 미스터리 투어’

  • 입력 2004년 3월 18일 16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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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의 1969년 마지막 앨범 '애비 로드'의 재킷 사진(작은 사진)을 런던의 애비 로드에서 그대로 흉내내고 있는 어린 '비틀스 순례자들'. 리버풀=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비틀스의 1969년 마지막 앨범 '애비 로드'의 재킷 사진(작은 사진)을 런던의 애비 로드에서 그대로 흉내내고 있는 어린 '비틀스 순례자들'. 리버풀=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8일 오후 영국 맨체스터 공항의 입국관리국 직원이 기자에게 목적지를 물었다. 리버풀이라는 대답에 왜 가느냐고 다시 묻는다. 비틀스를 보러 간다고 하자 그는 “1970년에 해체된 걸 아느냐”며 씩 웃었다. ‘또 한 명의 순례자가 왔군’하는 표정이었다.

영국 북서부의 무역항 리버풀은 신대륙 아메리카로 향하는 관문이었다.

17∼18세기 리버풀을 출발한 영국의 무역상들은 아프리카 서부의 원주민들을 끌고 아메리카 대륙으로 가 노예로 팔았다. 19세기 중반 아일랜드에 대기근이 들었을 때 아메리카로 건너가려던 수십만 아일랜드인이 모인 곳도 리버풀이었다.

그리고 1960년대 리버풀은 비틀스를 세계로 내보냈다. 그들이 해체된 지 34년. 이제 리버풀은 세계 각국에서 오는 ‘비틀마니아(Beatlemania)’들을 맞아들이고 있다.》

○ 성지(聖地)

영국 리버풀 매튜 스트리트의 ‘비틀스 숍’. 이 거리에는 60년대 초 비틀스가 공연한 ‘캐번클럽’을 비롯, 노래 ‘엘리노어 릭비’의 인물 동상 등 비틀스의 체취가 진하게 배어있다. 리버풀=민동용기자

으레 그렇듯 ‘순례자’들이 처음 찾는 성지는 숭배 대상이 태어난 곳이다.

존 레넌은 1940년 10월 9일 옥스퍼드 거리의 산부인과 병원에서 태어났다. 당시 독일군이 리버풀을 공습했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침대 밑으로 내려놓았다. 현재 대학교의 기숙사로 쓰이는 이곳의 정문 옆에는 존의 출생지임을 알리는 동판이 붙어있다.

존이 5세부터 23세까지 이모 미미와 살았던 멘러브가 251번지 집(일명 ‘멘딥스’)은 2층 단독주택이다. 멘딥스는 2년 전 존의 부인 오노 요코가 사들여 문화유적 보호단체인 내셔널 트러스트에 기부했다.

폴 매카트니의 포슬린가 20번지 집 역시 내셔널 트러스트가 구입해 관리하고 있다. 살아있는 사람의 집을 관리하는 것은 매우 예외적인 일이다. 이 조그만 2층짜리 정부임대 주택에서 10대의 존과 폴이 노래를 연습할 때 이웃집 주민이 불평을 하면 폴은 “유명해지면 두고 보자”고 소리쳤단다.

조지 해리슨(아널드 그로브 12번지)과 링고 스타(마드린가 9번지)의 집은 존의 집과는 달리 하류층의 삶 그대로다. 옆집들과 방 벽을 공유하는, 10평이 채 안 되는 2층짜리 조그만 주택으로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다. 순례자들을 반기지는 않는다. 해리슨의 집 앞에는 재활용할 신문지를 담은 보라색 비닐 봉투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 노래의 공간

순례자들은 이어 숭배 대상의 ‘설교’에 나타나는 곳을 찾는다.

비틀스의 노래 ‘페니 레인(Penny Lane)’의 페니 레인은 차가 잘 다니지 않는 조용한 2차로 도로다. 존과 폴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다. 약 800m의 길 양쪽은 대부분 공원이다.

노랫말에서는 이발소, 대피소, 은행원, 소방서 등이 페니 레인에 있는 것처럼 묘사했지만 행정구역으로 보면 이들은 페니 레인과 맞닿는 스미스다운 로드의 환형 교차로 주변에 있다. ‘소방차 청소를 좋아하는’ 소방관의 소방서는 교차로에서도 좀 더 떨어진 곳에 있다. ‘토니 슬래빈’이란 간판을 단 이발소는 여성 고객도 환영한다.

폴은 어렸을 때 페니 레인에 있는 성 바르나바스 교회 성가대로 활동했다. 더 큰 교회 성가대 오디션에 참가한 적도 있지만 “아직 실력이 모자란다”는 말을 들었다.

페니 레인에서 좀 더 가면 비콘 로드다. 한적한 1차로 길로 들어서자 왼쪽에 붉은 철문이 보인다. 철문 뒤로 잔디 위 낙엽이 깔린 좁은 길이 길게 이어져 있다. 문 양쪽 돌기둥에 ‘스트로베리 필드(Strawberry Field)’라고 흰색 페인트로 써있다.

노래 ‘스트로베리 필즈 포에버’에 나오는 이곳은 구세군이 운영하는 보육원이다. 어려서 부모와 떨어져 살아야 했던 존의 경험이 그를 고아와 감정이입하게 했을까. 노래처럼 ‘아무것도 현실적이지 않고 귀찮게 하는 것도 없’어 보이는 곳이었다.

○ 삶의 터전

순례자들은 그리고 숭배 대상이 활동한 곳에서 그의 숨결을 느끼려 한다

리버풀 도심의 매튜 스트리트에는 비틀스가 61년 초부터 63년 8월까지 공연을 했던 캐번클럽이 있다. 지하로 3층 정도를 내려간 클럽은 아치형 기둥이 벽처럼 있어 아주 좁아 보인다. 19세기에는 과일창고로, 2차 대전 중에는 방공호로 쓰였다가 57년까지 계란 창고였다.

58년 레이 맥폴이라는 사람이 구입해 커피와 간단한 음식을 팔면서 재즈를 공연하는 클럽을 만들었다. 비틀스가 공연한 무대는 바닥에서 약 50cm 올라가 있는 2평 남짓한 공간이다. 관객은 어두운 조명 아래 다닥다닥 붙어 앉아 비틀스 공연에 열광했다. ‘공기가 들어오지도 않고 벽에서는 물이 흘러내렸’고 ‘땀 냄새로 가득 찬 곳’으로 회상되기도 한다.

원래의 캐번클럽은 허물어지고 없다. 지금 것은 80년대 원래 터를 일부 포함하는 장소에 다시 지은 것이다. 당시 비틀스는 공연을 마치면 골목 맞은편 ‘그레이프스’라는 펍에서 맥주를 마셨다. 물론 아직도 남아 있다.

11일 오전 런던의 부유층 동네인 세인트 존스 우드의 왕복 2차로 횡단보도에서 10대 초반의 영국 여학생 네 명이 일렬로 길을 건너다 팔을 젓는 동작 그대로 멈췄다. 세 번째 아이는 맨발이었다. 비틀스의 마지막 앨범 ‘애비 로드(Abbey Road)’의 재킷 사진을 흉내 냈던 것이다.

바로 옆에 비틀스가 거의 모든 노래를 녹음했던 EMI 회사의 애비 로드 스튜디오가 있다.

한국의 한 비틀스 전문가는 ‘애비 로드의 왕복 도로가 언제나 차로 붐비지만 경적을 울리지는 않는다’고 썼지만 이날 네 명의 여학생들이 멈췄을 때 경적은 요란하게 울렸다.

순례는 이렇게 끝이 났다.

○에필로그

12일자 영국 유력지 ‘더 타임스’의 부고면 머리기사는 ‘알프레드 비크넬의 죽음’이었다. 그는 64년부터 66년까지 비틀스의 자동차 운전사였다. 비틀스는 그를 위해 65년 ‘내 차를 운전해(Drive My Car)’라는 노래를 만들었다. 그는 생전에 “비틀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은 따뜻해진다”고 말했다고 한다.

리버풀·런던=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비틀마니아 위한 2시간 여행 황홀▼

리버풀은 런던에서 기차로 가면 2시간40분 정도 걸린다. 맨체스터 공항에서는 대중교통으로 40분쯤 소요된다.

리버풀에는 ‘매직컬 미스터리 투어’라는 비틀스 관광이 있다. 이 투어는 앨버트 독의 ‘비틀스 히스토리’라는 박물관 앞에서 매일 오후 3시에 출발한다. 2시간 동안 비틀스 멤버의 집과 페니 레인, 스트로베리 필드, 매튜 스트리트를 돌아본다. 영국인 가이드의 영어 발음이 잘 들리지 않을 것 같으면 사전에 공부를 하는 것이 좋겠다.

국내에도 여행사 트래블넷에 ‘비틀즈 투어’ 여행 상품이 있다. 이 투어는 런던의 애비 로드 등도 포함하고 있다.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의 집은 4∼11월 개방한다. (영국관광청 www.visitbritain.com, 영국항공 02-774-5512, 트래블넷 02-3144-6800·www.travelnet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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