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론조사]"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잘못되고 있다" 78%

  • 입력 2003년 8월 12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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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의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갈등과 편가름 현상에 대한 국민의 우려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인식은 응답자의 연령, 지역, 직업, 교육 및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광범위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잘못되고 있다’는 평가가 78.3%로 ‘잘되고 있다’(20%)의 4배에 이르고, ‘갈등이 심각하다’는 대답이 85.3%나 된 것은 경종을 울리는 대목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정상적인 궤도에서 크게 이탈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편가름-갈등 위험수위 ▼

응답자들이 ‘편가름이나 갈등이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는 부분’으로 빈부갈등(37.9%)을 대표적으로 지목한 것은 청년 실업자와 신용불량자가 급증하고, 경제문제로 인한 자살이 빈번해진 현재의 어려운 경제상황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인지 이념갈등(14.8%) 지역갈등(9.8%) 같은 우리 사회의 오랜 고질적 병폐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생각보다 그리 높지 않았다.

‘편가름이나 갈등의 가장 큰 원인 또는 책임이 어느 집단에 가장 많은가’라는 질문에는 ‘정치인, 정당’이 58%를 차지해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싸늘한 것으로 조사됐다. 갈등 해소와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정치인이 갈등을 조장하거나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편 갈등의 책임 소재가 ‘언론’이라는 응답은 6.2%, ‘대통령과 청와대’라는 응답은 5.7%로 나왔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정부 부처간 협조 및 정책의 일관성이 확보돼야 한다’(33.6%)는 응답이 ‘정치인이 갈등을 조장하지 말아야 한다’(29.2%)는 응답보다 더 많은 것은 우리 사회의 편가름과 갈등의 원인을 노무현 정부의 ‘국정운영 난맥’에서 찾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노조나 기업 등 이해집단이 자제해야 한다’(13%), ‘언론이 갈등을 부추기지 말아야 한다’(12%),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 달라져야 한다’(10.9%)는 대답도 적지 않았다.

고계현(高桂鉉) 경실련 정책실장은 “새 정부가 통합과 개혁을 국정운영의 기조로 내걸었는데도 정치권과 사회 전반을 아우르며 인재를 구하고 국민적 합의를 모색하지 않고 대통령과 일부 집권세력의 ‘끼리끼리’ 통합에 그친 것이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확대시킨 것으로 본다”며 “사회통합을 위한 범정치권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체감경기 찬바람 ▼

이번 조사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와 비교한 경제사정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3.1%는 “더 어렵다”고 답했다. 또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하다”는 31.1%, “당시보다는 좋다”는 5.3%로 90% 이상의 응답자가 경기가 IMF 때와 비슷하거나 더 나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5월 25일 본보의 여론조사에서는 절반을 조금 웃도는 53.6%의 응답자가 “상황이 나빠졌다”고 답했었다. 이는 1·4분기(1∼3월)보다 2·4분기(4∼6월)에 경제성장이 둔화됐음을 입증하는 결과이다.

5년 전보다 체감경기가 나빠졌다는 응답은 40대(73.4%), 대전·충청권 거주자(70.3%), 자영업자(74.8%), 월수입 15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68.1%)에서 많이 나왔다. 반면, 20대(48.4%), 광주·전남북 거주자(52.8%), 학생(39.2%), 월수입 251만원 이상의 고소득층(59.8%)은 상대적으로 체감경기를 덜 부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별로 볼 때 한나라, 민주,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은 대체로 절반 이상이 현재 경제가 나쁘다고 생각했으나 개혁국민정당 지지자들 가운데 “나빠졌다”라는 응답은 32.9%에 불과해 눈길을 끌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수행 능력을 긍정적으로 보는 응답자의 54.1%는 외환위기 당시보다 경제사정이 나빠진 것으로 답했다. 반면 노 대통령의 능력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의 69.9%는 경제를 나쁘게 봤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정치불신-무관심 ▼

최근 여소야대의 정국과 상관없이 국민들이 지지하는 정당은 민주당(23.8%) 한나라당(21.4%) 민주노동당(4.0%) 개혁국민정당(2.6%) 자민련(0.7%) 순서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응답자의 46.6%는 지지정당을 묻는 질문에 ‘없음·모름·무응답’이라고 답변해 정치에 무관심한 세태를 드러냈다.

이 같은 ‘정치 불신·무관심’ 현상은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각자의 텃밭에서 30, 40%대 지지를 얻는 것에 그친 데서도 확인된다. 민주당은 이번에 광주·전남북에서 49.2%의 지지를 받았을 뿐이고,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대구·경북에서 38.3%, 부산·울산·경남에서 33.0%에 그쳤다.수도권·충청·강원·제주 지역에선 민주당이 한나라당보다 높은 지지를 받았다. 또 연령별로 20·30대는 민주당, 40·50대 이상은 한나라당 지지가 더 많았다.

참여정부 출범 직전인 2월 22일 실시된 조사에선 민주당의 지지도가 한나라당보다 14.4%포인트 높았으나 한나라당이 6월 말 전당대회를 거친 뒤 양당의 지지도 차이는 2.4% 포인트로 좁혀졌다.

개혁국민정당은 지지도가 1%를 넘지 못하다가 4월 말 재·보궐선거에서 유시민(柳時敏) 후보가 당선되면서 2%대의 지지를 얻게 됐다. 민주노동당은 지난해 말 대통령선거 전에는 8%대의 지지를 얻었으나 이후 지지도가 3∼5%대에 머물고 있다. 자민련은 이번 조사에서도 1%의 지지도 얻지 못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盧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이는 본보가 현 정부 출범 직전부터 지금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는 6.8%(2월 22일)→11.3%(3월 29일)→28.1%(5월 25일)→50.1%(8월 11일)로 조사 때마다 대략 2배씩 증가했다.

반면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84.3%→72.1%→55.2%→41.8%로 매번 10%포인트씩 하락, 집권 반년 만에 지지도가 절반으로 추락했다.

국정 운영의 각론으로 들어가면 국민의 평가는 더 인색해진다. 경제 문제에 관해 ‘잘못하고 있다’(69.5%)가 ‘잘하고 있다’(25.6%)의 약 3배에 이른 것은 현 경제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대북 문제에 대해서도 ‘잘못하고 있다’(53.7%)가 ‘잘하고 있다’(34.1%)보다 훨씬 많았다. 이는 대북 비밀송금으로 국민적 신뢰를 상실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사이에 뚜렷한 차별성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대체로 ‘여성-20대-학생-호남·강원·제주 지역’에서 높았다. 남성과 달리 여성은 ‘잘하고 있다’(44.1%)와 ‘잘못하고 있다’(45.6%)가 거의 비슷했다. 연령별로는 유일하게 20대에서 ‘잘하고 있다’(51.2%)가 ‘잘못하고 있다’(36.4%)보다 많았다. 30∼50대에선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지난 대선 때 노 대통령의 ‘절대적’ 지지층이었던 30대의 이반은 주목할 만하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조사기관따라 왜 편차 생기나 ▼

최근 대통령 지지도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는 20%가 채 안 되는 것부터 40%가 넘는 것 까지 편차가 크다.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는 조사시 응답항목을 다르게 제시하기 때문이다.

본보는 ‘매우 잘하고 있다’ ‘잘하고 있는 편이다’ ‘잘못하고 있는 편이다’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4개 응답항목을 제시하는 반면 다른 언론사는 ‘보통이다’를 넣어 5개 항목을 제시하거나 ‘잘하고 있다’와 ‘잘못하고 있다’는 2개 항목만을 제시한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조사 기법상 4개 항목으로 묻는 경우엔 ‘긍정’, ‘부정’ 응답이 모두 높게 나오고, 5개 항목으로 물으면 ‘긍정’, ‘부정’ 응답이 모두 낮아진다. 2개 항목으로 물으면 4개 항목으로 물을 때보다 ‘긍정’, ‘부정’ 응답이 다소 낮아진다.

따라서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잘한다’는 수치(지지도)만 보는 것은 별 의미가 없으며 같은 방식으로 조사된 결과의 추이를 살펴야 실제적인 비교분석이 가능해진다.

나선미 전문위원 sunny6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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