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배극인/경총 '임금상승률' 이상한 셈법

  • 입력 2003년 3월 23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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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가 19일 국내 임금상승률이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했는데요.

이를 두고 노동계는 물론 대기업 산하 경제연구원조차 “어이가 없다”는 반응입니다.

경총은 95년 각국 제조업 임금지수를 100으로 했을 때 2001년 국내 임금지수는 151.5로 50% 상승한 반면 일본 105.2, 미국 117.4, 독일 118 등으로 나타나 한국의 임금상승률이 주요 선진국보다 훨씬 높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경총은 자료에서 제시한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은 명목임금상승률이라는 것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선진국들은 물가가 안정돼 있기 때문에 임금인상이 얼마 되지 않아도 인상의 효과가 크지 않습니까?

또 국내 임금상승률 통계는 근로자 10명 이상의 사업장만을 대상으로 집계하는 만큼 실제보다 과장돼 나타나는 특성이 있죠.

경총은 지난달에도 올 국내 임금 가이드라인을 4.3%로 발표했는데요.

경총이 적용한 공식은 국민생산성 기준 적정 임금인상률=실질GDP성장률+GDP디플레이터 증가율-취업자 증가율입니다.

문제는 GDP디플레이터 증가율인데요, 이는 소비자물가뿐 아니라 생산자 물가, 수출입 물가 등을 모두 감안해 산출한 수치입니다. 이 결과 재경부의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3.0%)보다 훨씬 낮은 수치(0.6%)를 적용했습니다. 이 값이 줄어드니 적정 임금인상률이 2.4% 과소 평가됐습니다.

이에 대해 앞서 말한 연구원은 “임금은 근로자의 생계와 관련된 것으로 소비자물가와 직결된다”며 “적정임금을 산정할 때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쓰는 게 상식인데 경총이 통계로 장난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총은 사용자를 대표하는 조직으로 국내 경제5단체 중 하나입니다. 경총이 이런 일을 계속한다면 신뢰를 잃는 것은 물론이고 결국 노사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걱정됩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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