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오늘의 이슈]김대중 정부 성적표 "부패 최대실정" 33%

  • 입력 2003년 2월 23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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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가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 대한 일반의 평가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쪽이었다.

본보가 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DJ정부의 국정운영과 관련,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의 외환 위기 극복과 월드컵 성공개최 등에 대해서는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으나 권력핵심의 부정부패와 의약분업 등 정치 사회 분야에선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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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어려워졌다’는 응답 많아=2001년 2월 본보가 DJ정부 출범 3주년에 맞춰 실시한 조사에서 ‘2년 후 우리나라가 더 나아질 것’(39.3%)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이 나빠질 것(10.7%)으로 본 사람의 3배에 달했었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 김 대통령이 ‘잘했다’는 응답은 41.8%인 반면, ‘잘못했다’는 대답은 53.9%였다.

김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그만큼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지난해 김 대통령의 두 아들이 비리에 연루돼 구속됐고, 올 들어 5억달러 대북비밀지원이 사실로 드러나는 등 DJ 임기 후반기에 메가톤급 악재들이 터져 나온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김 대통령은 취임 1주년과 2주년 때 실시한 조사에서 각각 81.9%, 73.7%까지 치솟았던 여론 지지도가 2001년 3주년 조사 때 44.5%로 추락한 뒤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임기를 마감하게 됐다.

5년 전 외환위기 상황에 비해 지금 우리가 더 살기 어려워졌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는 점도 관심을 끈다. 여론조사에서는 김대중 정부 출범 때에 비해 지금이 ‘살기가 좋아졌다’(29.3%)는 사람보다 ‘나빠졌다’(33.2%)는 사람이 더 많았다.

이 같은 평가는 최근의 경제위기 조짐과 함께 가계부채 및 실업자 급증 등 실물 경제가 급속히 악화된 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잘한 일과 잘못한 일=응답자들은 외환 위기 극복 등 경제회복(29.1%)을 김대중 정부의 최대업적으로 꼽았다. 이 밖에 김 대통령이 잘한 일은 △월드컵 성공개최 등 국가위상 제고(28.2%) △햇볕정책 등 대북관계 개선(19.5%) △인터넷 등 정보화 기본 구축(5.7%) △대기업빅딜 등 구조조정(3.1%) △국가인권위 설치 등 인권신장(3.0%)의 순이었다.

반면 △권력주변 부정부패(32.7%) △일방적인 대북지원(23.5%) △의약분업 등 복지문제(17.8%) △교육정책(7.2%) △편파적 인사정책(6.8%) △지역·계층간 갈등심화(5.2%)가 DJ 정부의 실정(失政)으로 지적됐다. 김 대통령이 ‘최대의 업적’으로 내세우는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것이 눈에 띈다. 국민이 남북 관계의 개선이라는 대의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수단과 방법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반된 연령별, 지역별 평가=김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는 연령별 지역별로 큰 편차를 보였다.

연령별로는 유독 20대층에서만 ‘국정운영을 잘했다’(53.2%)고 대답한 사람들이 많았다. 나머지 30대에서 50대 이상까지는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잘못했다’는 쪽이 많았다. 거주 지역별로는 부산·경남과 대구·경북에서 ‘잘못했다’가 각각 66.8%, 69.7%로 매우 높았다. 서울 및 인천· 경기, 대전·충청에서 ‘잘못했다’는 평가가 더 많았다.

그러나 광주·전라 지역에서는 ‘잘했다’는 평가가 63.1%를 차지했다. 결국 DJ 정부는 임기 마지막까지 지역구도를 탈피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본보 DJ 국정과제 이행 평가▼

김대중(金大中) 정부가 실천하겠다고 약속한 국정과제들의 성과는 어느 정도일까. 본보는 98년 2월 김대중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 중 분야별로 24개 주요 과제를 뽑아 지난 5년 동안의 정책 성과를 검증했다. 검증 작업에는 본보가 지난해 말 구성한 ‘대통령직인수위 정책 검증팀’을 중심으로 각 분야 전공 교수 16명이 참가했다. 국정과제별로 ‘아주 잘했다’는 ★★★★★, ‘대체로 잘했다’는 ★★★★, ‘보통이다’는 ★★★, ‘다소 미흡하다’는 ★★, ‘성과 없다’는 ★로 표시했다.

◇경제 분야
주요 정책과제평가등급평가 내용
외환위기 극복★★★★★단기외채 규모를 대폭 줄였고, 외환보유고도 외환위기 발생 당시 최저 30억달러에서 세계 4위권인 1500억달러 수준으로 늘렸다.
공기업 민영화★★★★전력 가스 철도 통신 분야에서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가시적이고 차별화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관행은 계속됐다.
서민 집값 안정★★★연간 50만∼55만가구 주택건설 공약은 80%가량 달성했다. 그러나 2001년 주택가격 및 전세금 폭등으로 서민주거 안정에는 실패했다. 주택보급률 100% 달성은 평가할 만하다.
금융 구조조정★★외형은 갖췄지만 소프트웨어 구축에 실패해 D+ 학점. 2000년 총선 이후 은행의 여신심사가 제 기능을 못했고, 대한생명 매각 과정도 불투명했다. 제2금융권 지배구조 개선에도 실패했다.
기업 구조조정★★결합재무제표 도입 등 법률화는 진척됐다. 그러나 사외이사제 대표소송제 등은 실효를 못 거뒀다. 부채비율 200% 맞추기 등 구조조정이 정부 지시에 의존한 것도 패착이다. 소액주주권 강화는 부분적으로 이뤄졌다.
조세개혁★★★조세지출 예산제도는 도입했지만 관련 통계를 공개하지 않았다. 조세감면 시한부제(일몰법)는 본격 도입되지 않았지만 불필요한 조세감면은 상당 부분 정리됐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 및 거래세 완화는 실현하지 못했다.
재정개혁★★새만금 사업 및 경부고속철도를 제외하면 정부 투자사업을 제로베이스에서 재점검한 사례가 없다. 유사 기관을 통폐합하겠다는 발표도 도로공사-주택공사 통합을 비롯해 진척이 없었다.
노동정책★★노동시장 유연화는 제도적 도입. 그러나 거대 노조가 있는 대기업 공기업에선 여전히 정리해고가 어렵고, 비정규직 근로자가 급증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노사정위는 초기엔 제 역할을 했지만, 민주노총 이탈이후 역할이 줄면서 노사분규가 크게 증가했다.

◇외교 안보 행정 분야
한미 안보협력강화한미 양국간 대북정책 불협화음은 한미안보 협력의 실패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 초기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주한미군 기지 이전 요구는 적절했다. 그러나 촛불시위 이후에 주한미군 재배치와 감축 문제 등이 나오도록 한 것은 문제가 있다.
남북간 교류협력증대★★★★김대중 정부의 최대 성과인 남북정상회담의 열매는 2000년 이후 부정기적이나마 6차례 진행된 이산가족 상봉이다. 다만 12만명의 신청자 가운데 극소수만 선택된 이벤트로 흐른 점은 아쉽다. 상시 면회소 설치, 생사 확인, 서신 교환도 미진했다.
국민합의 기초한대북관계햇볕정책은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국민적 합의 관점에서 보면 남남갈등을 증폭시키는 등 성과가 미흡했다. 투명성 없는 비밀접촉으로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떨어졌다.
규제완화★★★★대체적으로 잘 됐다. 4년반 동안 규제가 29% 줄었다. 하지만 생활과 밀접한 규제는 아직 남아 있다.
작은정부 구현★★★공무원 5% 감축. 그러나 직무평가없이 이뤄졌고 지방정부와 하위직공무원이 희생됐으며 2001년말 이후로는 오히려 공무원이 늘어났다.
검찰의정치적중립★★★대통령은 검찰 독립성의 필요성을 인식했지만 검찰 스스로가 정치적 편향성을 보였고 검찰 인사가 지역성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독립적 지위 유지에는 실패했다.

◇사회 문화 분야
학급당 학생수감축 등★★★★교육과정 운영에서 학습자 중심으로 내실화를 다지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대학을 대학원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은 준비가 부족해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사교육비부담 경감★★대체적으로 역부족이었다. 특히 서울 강남지역의 사교육비 과잉 문제를 바로잡는 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서울시 교육감이 사교육에 대한 과도한 재량권을 갖게 된 것은 문제이다.
교원 근무 여건 개선★★★교원 정년 조정 문제로 내부 반발이 있었지만 학부모나 학생들에게는 소리 없는 지지를 받았다. 평교사의 사기 진작을 위한 각종 부양책도 지지를 받았다.
문화와 관광육성★★★지상파 방송사의 외주제작 비율 확대 등 가시적인 조치를 통해 방송을 문화 인프라의 1차적인 유통 과정으로 만드는 데 주력했다. 지역특성에 맞는 관광산업 육성은 지역이기주의를 넘지 못했다.
선진방송체제 구축★★통합방송법은 만들어졌지만 방송의 공공성 확보와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KBS 등 공영방송의 구조조정은 외환위기 때도 진척이 없었다.
의료보험제도개선 ★★국민건강보험법을 제정함으로써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건강보험 재정파탄과 의료수가의 과도한 인상으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늘었고, 의료대란으로 제도적 결함이 드러났다.
국민연금제도 개선★★★★‘낮은 부담-높은 혜택’ 체계 개선을 위해 혜택규모를 줄이고, 연금대상자에 도시 자영업자를 포함시킨 것은 성과. 앞으로 ‘적정 부담-적정 혜택’ 체계를 마련하는 것은 숙제다.
보건의료체제 정비 ★★★보건의료 발전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제도’를 확대 실시해 식품 안전성 확보에 노력했다. 그러나 공공의료 확대, 예방진료 강화, 전염병 예방, 보건의료인력의 적정성 확보는 미진했다.
여성 지위 향상★★★★진일보했다. 여성부를 만들고, 남녀차별금지법을 정비하는 등 제도적 장치는 마련됐다. 하지만 여성할당제나 보육시설 문제는 기대에 못 미쳤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DJ국정과제 평가참여 교수▼

▽외교 안보 행정

김기정(金基正·연세대·국제정치학)

이서항(李瑞恒·외교안보연구원·

국제기구학)

강성윤(姜聲允·동국대·북한학)

이종수(李鍾洙·한성대·행정학)

김일수(金日秀·고려대·법학)

▽경제

나성린(羅城麟·한양대·경제학)

김종석(金鍾奭·홍익대·경영학)

하성규(河晟奎·중앙대·주택정책학)

이병훈(李秉勳·중앙대·사회학)

권영준(權泳俊·경희대·경제학)

최정표(崔廷杓·건국대·경제학)

▽사회 교육 복지 여성

한준상(韓駿相·연세대·교육학)

김승수(金承洙·전북대·언론학)

조흥식(曺興植·서울대·사회복지학)

김경애(金慶愛·동덕여대·여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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