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최호원/르노삼성車의 젊은 에너지

  • 입력 2003년 2월 23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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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르노삼성자동차의 부산공장을 다녀왔습니다.

르노삼성차의 첫 2교대 근무를 취재하기 위해서였지만 저는 이보다 생산직 평균 연령이 29세인 이 회사가 어떻게 경력 10년 이상의 숙련근로자가 수두룩한 경쟁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지가 더 궁금했습니다.

공장을 돌아보며 제 나름대로 발견한 비결은 제조업 공장치곤 너무나 깨끗하고 정돈된 공장 내부, 그리고 모든 완성차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전수(全數) 품질검사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를 비결이라고 한다면 경쟁 자동차회사 사람들이 비웃을 듯했습니다.

생산담당 안웅섭(安雄燮) 전무는 비결을 묻자 “태교를 잘 했다고 할까”라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삼성그룹은 1995년 삼성차를 세우며 ‘세계에서 통하는 자동차를 만들려면 기존의 국내 자동차생산의 때(?)가 묻지 않은 사람들을 써야 한다”고 판단했답니다.

삼성은 국방일보에 신입사원 공고를 내 군대를 갓 제대한 사람들을 대거 모집했습니다. 그룹 내에서 냉장고나 TV를 만들던 젊은 사람들도 데려왔지요.

그리고 이들에게 6주간 일본어 교육을 시키고 모두 일본 닛산에 보냈습니다. 1400여명을 6∼12개월 간 일본에 보내는 비용. 엄청 났겠지요. 안 전무는 “당시엔 그만큼 사람을 중시했다”고 말했습니다.

“생산노하우가 부족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안 전무는 “노하우보다 매뉴얼이 더 중요하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작업자가 자신만의 노하우에 따라 너트 하나를 더 조이거나 덜 조이면 차의 다른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삼성은 이후 직원들에게 계속해서 최고의 차를 만든다는 자부심과 프로정신을 심어줬습니다. 젊은 에너지는 이런 것들을 담기에 충분했고, 테크노 음악을 들으며 작업할 수 있는 ‘열린’ 현장 분위기도 이들을 북돋아줬습니다. 서울로 올라오며 ‘품질도 결국엔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호원 기자 besr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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