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독일인들은 모르는 전차군단

  • 입력 2002년 3월 25일 14시 39분


현재 독일에서는 베를린주와 브란덴부르크주를 통합해 '프로이센(Preussen)'주를 창설하자는 주장이 제기돼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브란덴부르크주는 우리의 서울을 감싼 경기도처럼 베를린을 감싸고 있는 주이다.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양측의 논란을 상세히 전하면서 "재정문제 때문에라도 10년 내에 두 주의 통합을 불가피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며 "논쟁의 핵심은 프로이센이라는 옛 명칭의 사용이다"라고 보도했다.

이는 독일사회의 보수 회귀에 대한 점이어서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프로이센은 1,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독일의 전신이어서, 독일 내에서는 잊혀진 역사로, 불행한 과거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국민들은 슈피겔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21%가 찬성, 59%가 반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직까지 독일엔 이러한 감정적인 우경화 현상이 꿈틀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어딜 가나 있다고 생각한다. 독일은 물론이고 전세계 어디에나 있는 차이나 타운이, 우리나라엔 없지 않은가. 조금 잘산다고 동남아시아나 남아시아의 노동자들을 업신여기는 우리이기에 일본이나 독일의 우경화는 우리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인들은 냉정할 때는 냉정하다. 국가 대항 축구가 국가주의에서 비롯된 것이긴 해도 독일인들은 여기에서 자존심을 내세우지는 않는다. 우리처럼 '스포츠 찌라시들'을 통해 되도 않는 허상이나 왜곡을 퍼뜨리지 않는다. 사람 사는 사회인지라 이런 옐로우 페이퍼들이 독일에도 없지야 않지만, 독일인들은 대부분 제정신을 갖고 축구를 사랑하고 있다.

우리는 독일 축구 대표팀을 '전차군단'이라고 부른다.

2차 대전 당시 연합군을 공포에 떨게했던 판쩌(Panzer : 독어로 '탱크') 3호와 4호, 그리고 타이거 전차의 성능과 그것들을 운용해 펼쳤던 전격전처럼 특유의 체력과 조직력으로 세계 축구에 큰 획을 그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독일의 어느 언론을 뒤져봐도 이런 표현은 없다.

그들도 물론 그들이 놀라운 성적을 거둬온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의 자랑스러운 대표팀에 그 흔한 '애칭' 하나 붙여주지 않았다.

그것은 그들이 대표팀에 무관심하고 애정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들에게 대표팀은 그저 대표팀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인들은 이토록 현실적이다.

독일은 이번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 우승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그리고 독일 축구팬들도 이번 대표팀이 브라질에 이어 두 번째로 통산 4회 우승의 위업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딴은, 독일은 그것 말고도 세계 제일이 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지난 겨울 미국의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렸던 '엿같았던' 그 동계 올림픽에서도 독일은, 금12 은16 동7으로 지난 나가노 동계 올림픽에 이어 2연패를 달성하기도 하였다. 독일 언론들이 이번 동계 올림픽 개막 전부터, 마치 우승이 예정된 것처럼 떠들었던 것처럼 이번 월드컵도 아주 현실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는 독일의 축구인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바이다.

일단 대표팀 감독인 루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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