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리포트]병역면제 청탁 민간인 수사 본격화

  • 입력 2001년 5월 14일 18시 29분


▼박노항씨 수사 어떻게▼

박노항(朴魯恒·50) 원사의 도피 및 은신 경위에 대한 수사가 14일 마무리됨에 따라 앞으로 검찰과 군 검찰의 수사는 민간인 병역면제 청탁자에게 초점이 맞춰지게 됐다.

국방부 서영득(徐泳得) 검찰단장은 14일 박 원사를 기소하면서 “앞으로는 병역비리 수사에 매진해 한 점 의혹이 없는 성과를 거두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도 다소 여유를 갖게 됐다. 수사가 민간인 병역비리에 집중되면 수사의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 지금까지는 수사의 주도권이 군 검찰 쪽에 있었기 때문에 검찰은 박 원사를 조사할 시간을 배정 받는 문제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박 원사가 검거된 이후 20일 동안 병역면제 청탁자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는 미미하다.

박 원사 검거 후 구속된 민간인은 탤런트 출신 김모씨(54·여)와 변호사 사무장 최모씨(50), 주점 주인 김모씨(57), 병무청 6급 공무원 박모씨(53) 등 4명. 주부인 이모씨(52)는 불구속 기소됐다.

모 대학 전 대학원장 K교수와 인기 댄스그룹 멤버 K씨의 경우 조사가 진행중이고 J변호사는 부인이 도피해 신병처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 결국 14일 박 원사의 공소장에 기재된 21건의 병역비리 중 2건만이 박 원사 검거 후 새롭게 밝혀진 것이고 나머지 19건은 이미 과거에 드러난 사건이다.

그러나 앞으로 수사력이 민간인 병역비리에 집중된다고 해서 곧 수사전망이 밝아지는 것은 아니다. 굳게 닫힌 박 원사의 ‘입’을 어떻게 열 것이냐가 관건이다.

검찰 관계자는 “박 원사가 여전히 부인으로 일관하거나 계산된 진술만을 하고 있다”며 “심하게 말하면 ‘나는 면제자의 부모가 누구인지 몰랐으며 알 필요도 없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박 원사는 최근 검찰조사에서 50여명 정도의 청탁자 이름을 진술했으나 상당수는 이미 사법처리가 끝나 수사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군 검찰은 박 원사를 계속 압박하면서 원용수(元龍洙·56) 준위 등 브로커들에 대한 수사와 관련자 계좌추적 작업 등도 병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서영득 군검찰단장 일문일답▼

서영득(徐泳得) 국방부 검찰단장은 4일 박노항(朴魯恒) 원사에 대한 합조단의 비호 여부 수사에 대해 “가장 고심했던 부분”이라며 “군 검찰 내부에서 갑론을박을 벌였으나 합조단이 체계적으로 비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 원사 도피 초기 합조단의 소극적 태도는 문제 아닌가.

“합조단이 박 원사에 대해 휴가처리를 하면서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는 인정된다. 그러나 휴가처리도 박 원사를 설득해 조기 복귀토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휴가처리는 참모회의까지 거친 사안 아닌가.

“당시 합조단 부단장 주관으로 부장 과장 등 6, 7명이 참석한 참모회의에서 휴가로 처리할지, 군무이탈로 처리할지를 논의한 뒤 박 원사의 복귀를 위해 휴가 처리하기로 결정됐다. 좀더 현명하게 대처했어야 했다는 점은 있다.”

-변호사 사무장인 최모씨를 통해 원용수(元龍洙) 준위가 박 원사에게 건네준 쪽지가 여러 차례라는데….

“아직 원 준위가 ‘다 불었으니 도주하라’는 내용밖에 확인하지 못했다.”

-병역면제 청탁자 가운데 정·관계나 재계 인사는 없나.

“특별히 눈에 띄는 인물은 없다.”

-자금추적 과정에서 고위층에 로비한 흔적이 나타난 것은 없나.

“박 원사는 주로 청탁자와 브로커 군의관 사이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

-앞으로의 수사는….

“박 원사 본인이 수사에 비협조적이다. ‘오래 전 일을 내가 어떻게 다 기억하느냐’는 식이다. 그동안 ‘박 원사가 잡히면…’이라는 기대가 컸고 박 원사가 너무 큰 인물로 부각돼 있어 부담이다. 국민 기대에 수사가 못 따라가고 있지만 앞으로 병역비리 수사에 매진할 것이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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