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현장]새만금 공개토론회 찬반 엇갈려

  • 입력 2001년 5월 7일 19시 17분


“합법적인 국책사업을 뒤집겠다는 근거를 이해할 수 없다!”

“시화호(경기 안산시)의 실패를 보고도 사업을 계속 하겠다는 거냐?”

국무조정실과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새만금 공개토론회가 7일 서울 서초구 교육문화회관에서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9시간 동안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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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토론회 이모저모
[새만금 토론회 분야별 발표 요지]

소모적인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 중지를 모아보자는 취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학자들은 찬반 양론으로 맞서 팽팽한 설전을 벌였고 일부 방청객들도 목소리를 높이며 우유부단한 정부를 질타했다.

새만금
▶환경단체를 비난하는 추진협 박도식씨 ▶개발반대입장이 누락된 자료집을 비난
                     하고 있는 편모씨

▽찬성론 “생태계 파괴는 일시적”〓찬성측 주제발표자인 양재삼 군산대교수(해양학)는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생태계 파괴는 일시적 현상으로 3∼4년 후에는 새로운 갯벌 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라며 금강의 예를 들었다. 94년 하구둑이 완공된 금강은 96년 군산항의 적조현상이 급증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지만 99년에는 원상복구됐다는 것.

양교수는 “갯벌의 정화 기능이란 실체가 없는 것이므로 갯벌의 가치를 과대평가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갯벌은 유기물을 저장하면서 먹이사슬을 통해 순환시키는 역할을 할 뿐이지 하수처리장처럼 유기물질을 없애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해진 군산대교수(해양학)도 “새만금은 일부에서 주장하는 하구갯벌이 아닌 연안수역이고 동죽 등 특산 어패류도 하구갯벌의 고유물은 아니다”며 “방조제가 완공되면 바다의 적조현상도 담수 공급을 조절해 통제할 수 있어 오히려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임재환 충남대교수(경제학)는 “새만금 간척은 논란중인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편익 측면이 비용보다 25% 많은 경제적 타당성을 갖춘 사업”이라고 말했다.

▽반대론 “갯벌은 회복되지 않는다”〓해양연구소 제종길박사는 “방조제 착공 전인 89년에 전국 1위였던 전북의 조개류 생산량은 99년 4위로 떨어졌다”며 “사업자인 농업기반공사가 이미 타격을 입은 패류 생산량 자료를 들이대며 어민의 향후 피해가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전승수 전남대교수(해양학)는 위성사진 자료를 제시하며 “최근 전북 부안군의 방조제 외곽에 새로운 갯벌이 형성되고 있다는 정부의 발표는 허구”라고 지적했다. 방조제 건설 전인 90년에는 이 곳에 144㏊의 갯벌이 있었으나 지금은 123㏊만 남았고 정부가 주장하는 새 갯벌은 기존 갯벌이 파도에 쓸려나가 방조제 벽에 쌓인 것이라는 것.

곽승준 고려대교수(경제학)는 “민관합동조사단의 경제성 분석은 편익 측면에서 국토확장과 농업이익을 중복 계산해 뻥튀기했고 갯벌의 가치는 엉성한 설문조사에 근거한 명백한 오류”라며 “비용 계산조차 농림부와 감사원 추정이 2배 가까이 차이나는 현실에서 섣부른 정책 판단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방청석도 들썩〓이날 토론은 일부 흥분한 방청객들의 소란으로 수차례 중단 위기를 맞았다. 지정 토론이 끝나고 시화호 주변에 사는 한 주민이 처음으로 자유발언을 신청, 폐사한 채 쌓여있는 시화호의 조개더미를 찍은 비디오 테이프를 틀어줬다. 이에 전북에서 상경한 주민들은 “반대측에 주로 발언기회를 주는 이 같은 편파적인 토론회를 주관한 지속가능발전위를 해체하라”고 외치며 환경단체 관계자들과 신경전을 벌였다.

전북 새만금추진협의회 박도식대표는 “반대측 학자들이 연구비 타내려고 쓸데없는 일을 벌인다”라며 “무책임한 환경단체들은 다 물러나라”고 소리쳐 주최측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향후 전망〓정부는 10, 11일 두 차례 공개토론회를 더 가진 뒤 모아진 의견을 토대로 이달 중 최종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토론회가 기존 공방을 되풀이하는 자리에 머물고 정부의 결정을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새만금
주제발표를 경청하고 있는 토론자들과 방청객들

일부 토론자의 자질도 논란이 됐다. 한 토론자는 주제와 무관한 농업기반공사의 부채현황 자료를 제시하며 사업 강행에 대한 의혹을 시사해 야유를 받았고 토론자들과의 학연을 들먹이며 본질을 흐린 학자도 있었다.

이번 토론에서 좌장 역할을 한 최중기 인하대교수(해양학)는 “당초 기대와 달리 진행에 어려운 점이 많다”며 “공개토론회보다 학회 중심의 심도 높은 토론이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준석기자>kjs35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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