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현장]매춘과의 전쟁…성매매 방지법 논란

  • 입력 2001년 3월 22일 19시 45분


‘윤락행위 방지법’이냐, 아니면 ‘성매매 방지법’이냐.

여성계는 올해 초부터 현행 윤락행위 방지법을 아예 없애고 대신 성매매 방지법을 새로 만들거나 윤락행위 방지법에 우선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 윤락행위 방지법을 일부 고치는 방안 등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의 배경에는 성매매를 객관적 사회현상으로 보고 매춘여성의 정상적 사회복귀를 도와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1961년에 제정돼 오늘에 이른 윤락행위 방지법은 매춘여성을 ‘타락한 사회악’으로 다루며 처벌을 위주로 하고 있다.

윤락행위를 어떻게 바라보고, 처벌대상을 어느 범위로 해야할 것인지 등에 대해 여성계뿐만 아니라 단속권한이 있는 경찰과 윤락여성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윤락형태의 변화〓현행 윤락행위방지법은 매춘여성과 상대남성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윤락업주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조영숙(趙永淑·40) 정책실장은 “지금의 처벌강도로는 사창가를 형성해 매춘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윤락업주들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성매매방지법을 만들어 윤락업주를 징역 10∼15년 정도에 처하도록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계가 주장하는 성매매방지법은 윤락업주들에 대한 처벌강화로 ‘매춘여성, 상대남성, 윤락업주’로 이뤄진 윤락의 삼각형태를 ‘여성과 고객’이라는 1 대 1의 형태로 유도하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

강지원(姜智遠·서울고검 부장검사) 전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은 “1 대 1 윤락 형태로 바뀌면 노예매춘 등에 의해 매춘여성들이 업주들에게 억압받는 일도 사라질 것”이라며 “현재의 사창가는 사라지고 관광지를 중심으로 한 소수의 매춘여성들만이 존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프랑스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 볼 수 있는 매춘 형태라는 것.

하지만 일부에선 이같은 구상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지적한다. 서울경찰청 김강자(金康子·전 서울 종암경찰서장) 방범지도과장은 “사창가는 사라질지 몰라도 전화방이나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해 성매매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며 “윤락업주가 사라져도 조직폭력배 등 매춘여성들을 괴롭히는 존재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처벌이냐 선도냐〓매춘여성들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는 가장 뜨거운 이슈. 강 전 청소년보호위원장은 “왜곡된 사회구조의 피해자인 매춘여성들이 윤락행위방지법으로 인해 전과자가 되고 있다”며 “미국처럼 형사처벌 대신 건강한 몸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교육 의료 등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성매매방지법을 새로 만들어 매춘여성들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빼자는 일부 의견에 대해 대부분의 여성계 인사들은 ‘사실상의 공창화(公娼化)’라며 강력히 반대한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함께 성매매방지법 제정운동에 참여중인 이정희(李正姬·32·여·법무법인 ‘덕수’ 소속)변호사는 “여성계가 공창을 절대 반대하고 있어 새 법이 제정돼도 형사처벌은 존속되겠지만 그 수위는 지금보다 낮아질 것”이라며 “다른 형사범들과의 공평성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금까지 2차례 있었던 전문가 간담회를 계속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6월까지는 입법을 건의할 예정이다.

한편 여성부는 “윤락행위방지법의 개정 필요성에 대한 검토는 이미 시작했다”며 “여성단체들의 주장과 각계 의견, 국민여론 등을 꾸준히 지켜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