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4시]역이름 변경잦아…한번 바꾸는데 3억원

  • 입력 2001년 1월 19일 13시 29분


◇원칙없는 행정

“민형, 지하철역에도 빈부 차가 있다며? 7호선 강남구청역 대합실은 대리석으로 바닥을 했고 1억원짜리 타일 벽화도 있어. 또 논현역은 마감 공사 비용이 다른 곳의 2배가 넘는 평당 65만원이라던데….”

“아, 그건 7호선에서 강남구청역이 ‘상징역’, 논현역이 ‘특급역’이라서 그래. 90년 2기 지하철 설계 때 각 역을 특색있게 만든다고 상징역―특급역―일반역으로 구분했다지. 하루 이용객, 지명도, 환승역, 교통 행정의 중심지 등을 고려했대.”

“그렇군. 하지만 같은 노선의 ‘일반역’인 광명과 철산의 이용객이 더 많은데…. 형평에 어긋난 거 아냐?”

“90년도 예상치를 토대로 했기 때문에 그 뒤바뀐 현실에 대해선 뭐라 할 말이 없대. 이용객 외의 다른 기준도 무시할 수 없었고.”

“그런데 왜 고속터미널역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있고 대리석으로 바닥과 벽까지 장식해 놓고 같은 특급역인 군자역에는 에스컬레이터조차 없지? 승강장까지 가려면 계단을 3번이나 내려가야 하는데.”

“그래서 지하철의 기준 또는 표준 문제가 제기되는 거야. 그거 알아? 전동차가 1호선 전구간과 4호선 선바위∼오이도 구간에서는 좌측통행, 나머지 노선에선 모두 우측통행인 거.”

“그건 또 뭐야?”

“4호선 당고개∼남태령 구간은 우측통행이야. 지상하고 똑같이. 그런데 그 다음의 선바위역부터는 좌측통행이야. 지하철을 타고 진행 방향을 향해 서 있으면 반대 방향 열차가 항상 내 오른쪽으로 지나가는 거지.”

“정말 그렇네. 왜 그렇게 됐지?”

“철도를 좌측통행으로 설계해 온 철도청과 지하철을 자동차와 같이 우측통행으로 만들려는 서울지하철공사가 자기 원칙만 고집한 결과야. 그래서 통행 방향을 바꾸려고 남태령∼선바위 구간에 지하고가도로 같은 굴을 만들어야 했어. 당연히 공사비용이 더 들었겠지.”

“어지럽군. 그건 그렇고 4호선 이수역이 총신대입구역으로 다시 이름이 바뀐다며?”

“2월1일부터 그렇게 된다지.”

“도대체 몇 번째야? 지난해 8월 총신대에서 500m 떨어진 7호선 남성역이 개통되면서 그 학교에서 1.6㎞ 떨어진 4호선 총신대입구역을 이수역으로 고쳤잖아.”

“민원이 많았대. 15년간 써 온 이름이라 익숙해졌다나.”

“이해하기 어렵군. 익숙하기로만 치면 1호선 외대앞역은 왜 다시 안 바꾸지? 96년 지금의 외대앞으로 바뀌기까지 휘경이란 이름을 20년 가까이 써 왔는데.”

“흥분하지마. 서울대입구역을 생각해봐. 서울대 가려고 거기서 내려 걷는 사람은 바보라지 않나. 걸어서 자그마치 20분 걸리니 말이야.”

“역 이름 하나 바꾸는데 돈이 얼마나 드는지 알아? 무려 3억원이야. 역이름판, 노선도, 안내 방송까지. 고스란히 세금이라고. 정말 명확한 기준이 아쉽군.”

<민동용기자>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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