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칼럼]유엔 기후협약이 실패한 이유

  • 입력 2000년 12월 4일 18시 30분


◆폴 크루그먼 칼럼―유엔기후협약이 실패한 이유(6장)

지난달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폐막된 유엔 기후변화협약 회의가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크루그먼은 전세계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방출하는 미국의 수동적인 자세를 원인으로 꼽는다. 특히 1인당 이산화탄소 방출량이 다른 선진국보다 2배 이상 많은 미국은 유럽과는 달리 과세정책으로 이를 제재하지 않아 지구온난화라는 문제에 장애가 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샘은 거대한 레저용 차량을, 피에르는 조그만 시트로앵을 가지고 있다. 둘 다 지구 환경을 위해서 연료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데에 동의한다. 그렇다면 누가 그 부담을 떠안을 것인가.

사람들은 샘이 소형차로 바꾸어 연료 소비를 줄이는 방법을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샘이 환경을 위해 나무를 심겠다고 나서면서 자신은 소형차로 바꾸지 않는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될까.

이런 가정은 지난달 말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시도가 어떻게 좌절됐는지를 보여준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온실 가스 방출 국가이다. 가스 방출량은 대체로 국내총생산(GDP)에 비례하고 미국이 세계 최대의 경제 국가라는 사실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1인당 이산화탄소 방출량이 두배나 많다. 미국의 GDP가 그들 국가보다 두 배나 많지도 않은데 말이다.

과연 이런 불균형의 원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미국의 연료, 특히 가솔린에 부과하는 세금이 낮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마치 미국이 싼 연료를 퍼붓고 있을 때 유럽 사람들은 스푼으로 조심스럽게 떠 넣는 격이다.

이는 미국이 유럽보다 에너지 소비량과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줄이기가 훨씬 쉽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찍이 유럽에서는 연료에 높은 세금을 부과해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고 있는 반면 생수보다도 기름 값이 싼 미국에서는 그런 시도를 해 본 적이 없다.

미국은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까. 경제학 교과서를 들여다보자. 이산화탄소가 환경에 치명적인 해를 끼친다면 이를 줄이는 사람에게 시장의 인센티브를 주면 된다. 이는 거꾸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곳에 과세를 하면 해결된다. 그러나 미국의 어떤 자유시장주의자도 세금을 올리는 것을 환영하지는 않는다. 기후회담이 실패한 궁극적인 이유는 소위 미국의 반(反) 세금정책에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상상을 해보자. 조지 W 부시 주지사가 백악관의 주인이 된다면 어떻게 할까. 그는 자신의 ‘모호한’ 승리를 치료하는 수단으로 적극적인 환경정책을 주도해 나갈 수 있을까. 원유 사업에 몸담았다는 사실을 차치하고서라도 지구 온난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확신할 수 없다는 그의 발언을 떠올리면 이런 상상도 회의적이긴 마찬가지다.

앞으로 직장에서 은퇴한 사람들이 따뜻한 날씨를 찾아 플로리다로 여행을 갈 것 같지는 않다. 아주 뜨거운 21세기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리〓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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