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강혁 "수비는 내게 맡겨"

  • 입력 2000년 11월 15일 22시 37분


우지원 수비쯤이야
우지원 수비쯤이야
프로농구 삼성 썬더스의 강혁(24·사진)은 모기업의 TV 광고 카피처럼 ‘숨은 1인치’와 같은 선수다.

강혁의 진가는 1라운드 최고 빅카드로 꼽힌 14일 LG세이커스와의 경기에서 빛을 발했다.

초반 LG의 주득점원 조성원과 삼성 아티머스 맥클래리를 서로가 각각 어떻게 묶는가가 승부의 관건이었던 이날 LG는 인해전술을 곁들인 ‘사석작전’을 펼쳤다. 즉 배길태―오성식―이홍수가 번갈아 나서 파울을 감수하며 맥클래리의 골밑 돌파를 저지했고 결국 전반에 맥클래리의 득점을 10점으로 묶는 성과를 거둔 것.

삼성도 발이 빠르고 골밑슛이 정확한 포인트 가드 주희정을 내세워 ‘맞불작전’을 펼쳤다. 그러나 주희정이 조성원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고 결국 2쿼터까지 조성원에게 18득점을 허용하며 전반에만 9점차 리드를 허용했다.

이후 역할을 넘겨받은 선수가 바로 강혁. 주희정(1m80)보다 키가 8cm가 큰 강혁이 코트에 나선 순간 펄펄 날던 조성원은 ‘고양이 앞의 쥐’처럼 꼬리를 내린 채 단 6득점에 그치는 등 팀 전체적으로도 14득점에 머물며 상승세가 꺾였다. 그 사이 수비 부담을 덜게 된 주희정(9점)과 맥클래리(12점)가 득점에 가세하며 단숨에 전세를 뒤집는 데 성공한 것.

강혁이 조성원을 이처럼 묶을 수 있었던 비결이 있었다. 바로 경기전 조성원에 대한 철저한 분석. LG의 경기를 비디오로 수 차례 본 강혁은 조성원의 주득점루트가 오른쪽과 왼쪽 베이스 라인에서의 원 드리블 점프슛이지만 왼쪽에서의 성공률은 떨어진다는 점을 간파했다. 이에 따라 강혁은 이날 오른쪽을 막고 왼쪽을 열어 주는 수비를 펼쳤고 이것이 주효한 것.

프로 입문 첫해인 지난해까지 패스와 슛만 잘하던 ‘반쪽 선수’에서 1년 만에 상대 선수의 허점을 활용하는 수비력까지 겸비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의 변신에 성공한 셈이다.

팀 내에서 주희정과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의 역할을 번갈아 맡고 있는 강혁은 “올 들어 자신감이 부쩍 늘어 경기하기가 훨씬 편해졌다”며 “내년 군입대 전에 팀에 꼭 우승을 안기고 싶다”고 말했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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