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쟁점토론]주가지수 선물업무 부산 이관

  • 입력 2000년 11월 10일 19시 19분


현재 증권거래소가 맡고 있는 KOSPI 200 주가지수 선물 업무를 부산의 선물거래소로 이관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이관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측은 이미 5년 전 사회적 합의 절차를 거쳐 관련법의 제 개정으로 ‘선물 일원화’ 원칙이 확정된 만큼 이를 다시 쟁점화 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관에 반대하는 측은 선물거래소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증권거래소가 이를 취급해 왔고 또 이관의 의도가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찬성/법으로 정한 시장 일원화 지켜야▼

주가지수 선물의 부산 선물거래소 이관과 관련된 논쟁이 연일 계속되고 양상도 격화되고 있다. 언론에 비쳐지는 바로는 이관 반대 주장과 광고전이 이관의 당위성 주장에 비해 수적으로 우세하고 논지도 센 것 같다. 이렇게만 본다면 이관 당위론이 밀리는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주가지수 선물 이관은 명백히 법률에 정해진 사안이다. 그래서 당연한 것을 굳이 절절하게 외칠 이유가 없어 조용한 것이지, 이관 정당성이 법 제정 당시보다 퇴색됐기 때문이 아니다. 이관 반대론의 논리가 현존하는 법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됨에도 불구하고 이런 논리가 자칫 여론을 오도해 정책판단에 오류를 유발할 수도 있기에 사안의 본질을 명확히 해보고자 한다.

5년 전 전문가들의 공개적인 논쟁과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선물거래법 제정과 증권거래법 개정으로 선물일원화 원칙이 확정됐다. 사회적 합의로 도출된 선물일원화 원칙을 다시 쟁점화하자는 것은 법 체계를 뒤집자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선물일원화를 규정한 법률은 현 정부 출범 이전에 제정된 것이다. 따라서 법에 따라 주가지수 선물을 이관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하는 일은 정부의 의무사항이다. 정부의 정당한 법적 의무 수행을 정치논리에 의한 관치금융이라고 한다면 정부로 하여금 법을 지키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법을 무시하거나 법을 넘어서는 것이 정치논리이지, 법을 준수하는 것이 정치논리이고 관치금융인가.

경제논리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그렇다. 지수선물 이관 문제는 재산권 다툼이 아니라 경제정책의 문제다.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를 별도로 둘 것인지나 각 거래소에서 무엇을 거래할지를 정하는 것은 중요한 경제정책이기 때문에 법률로 정하는 것이고, 논의 끝에 법률로 채택된 경제정책이 바로 선물일원화 정책이다.

법률로 정한 경제정책으로 증권거래소가 더 이상 주가지수 선물을 취급할 수 없게 되는 것은 당사자에게는 아쉽겠지만 불가피한 선택이다. 헌법에서 국가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국민의 권리를 법률로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법률로 정한 경제정책으로 인해 재산권이 제한돼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유가증권만 거래할 수 있는 증권거래소가 법률에 따라 주가지수 선물을 취급할 수 없게 되면 투자자들이 지금까지 거래해 온 것과 같이 거래할 수 있도록 같은 주가지수 선물을 선물거래소에 상장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것이 주가지수 이관의 본질이다.

주가지수 선물을 세계적인 시장으로 키워온 분들의 공적은 올바르게 평가돼야 한다.

그렇지만 법을 외면한 채 검증될 수 없는 상황논리로 지수선물이 이관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예단하며 기득권을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이거나 합리적인 주장이 아니다. 자본시장과 선물시장을 포함한 금융시장의 심화 발전을 위해 법률로 정한 선물일원화 정책은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

조성렬(동아대교수 ·무역학)

▼반대/현물-선물 분리 경제논리 안맞아▼

시민단체 학계 외국인투자자 금융업계 노동계, 그리고 주한미국상공회의소까지 주가지수선물 옵션시장의 선물거래소 이관을 반대하고 있다. 이관의 의도가 시장경제 논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관에 찬성하는 측은 법 조항을 들먹인다. 그러나 증권거래소가 선물시장을 담당하고 있는 정확한 법 취지가 무시되고 있다. 바로 시장에 관한 법이다. 법은 현실에 맞게 정비돼야 한다.

그리고 선물거래법 부칙에 근거해 시장을 이관하라는 주장도 문제다. 만일 문제의 부칙조항이 개정되면 증권거래소는 선물 옵션을 취급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사적 재산인 주가지수 선물시장의 이관은 불가능하다.

단지 선물거래소가 새로운 주가지수 선물시장의 개설을 가능하게 하는 법의 정비일 뿐이다. 주가지수 선물은 증권거래소가 정부의 승인 하에 십수년간 엄청난 자원을 들여 개발한 재산이다. 훌륭하게 키워 장성한 자식을 남에게 넘겨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또 선물시장의 이관 주장은 ‘패션메카’로의 탈바꿈에 성공한 동대문시장의 몇십층짜리 쇼핑몰들을 전부 부수고 지방에 다시 짓자는 논리와 다르지 않다.

부산이 지방이기 때문에 시장 이관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선물거래소 설립시 중개 회원인 선물회사조차 시장 인프라 문제로 부산 설립을 반대한 바 있다.

사실 경제의 과도한 서울집중은 문제가 많다. 또 부산의 경제회복도 절실하다. 하지만 선물시장 이관이 부산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선물시장은 이동자금이 제한적이고 부가가치의 창출이나 고용효과가 적기 때문이다. 선물시장이 부산경제의 해결사로 오해되는 측면이 많다.

이관을 찬성하는 측이 주장하는 현물과 선물 분리 주장도 그렇다. 선물거래소의 코스닥지수 선물에 증권회사를 참가시키면서 이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졌다. 그리고 주식 관련 상품만큼은 현물 선물 시장을 같이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미 우리 증시도 주식 선물 옵션의 연계 거래라는 복잡한 투자기법이 구사되는 시장이다. 그래서 불공정 매매의 적출이나 주식 선물 옵션 시장이 연결되는 시장조치의 적시성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시장이 분리되면 어려움이 많아진다. 시장운영 경험으로 체득한 진리다. 그래서 주식 관련 파생상품을 도입한 세계 27개국 중 21개국에서 증권거래소가 선물시장을 담당하는 것이다.

시장경제 논리의 핵심은 경쟁체제다. 선물의 메카인 시카고선물거래소의 비약적인 성장비결은 거래소의 철저한 자립정신과 세계선물시장의 선구자인 멜라메드가 추구한 경쟁체제였다. 결국 증권거래소가 이룩한 선물시장의 국제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주식 관련 선물과 옵션은 그대로 취급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선물거래소의 활성화에 각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 이런 교통정리가 이뤄지면 두 거래소는 각자의 상품으로 경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용재(증권거래소 연구위원 ·경영학박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