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s]태양 아래 즐거운 레게&라틴 팝

  • 입력 2000년 7월 24일 11시 35분


더위에 지치면 단순해지고 싶은 법. 그렇기에 여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은 단연 레게와 라틴 음악이다. 쿵짝거리는 레게 리듬과 남미의 열정이 물씬 풍기는 댄스 리듬으로 한 여름 더위를 충분히 잊을 수 있지 않을까. 이미 90년대 중반 국내에 상륙해 유행한 적이 있는 레게와 여전히 국내 음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라틴 음악. 그러나 우리에게 익숙해진 레게와 라틴 리듬에는 남모를 뜻이 담겨져 있기도 하다. 특히 레게는 그 단순한 리듬보다도 저항적 메시지가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한다. 어떤 음악이든 제대로 알고 들으면 그 듣는 즐거움이 배로 는다. 한 여름에 듣는 레게의 깊은 사연까지 알고 들어보는 것이 어떨까? 그리고 라틴 음악의 한 줄기로 90년대 후반 돌풍을 일으키 라틴 팝은 라틴 음악과 팝 음악 사이에서 어떠한 존재인지 알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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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게는 자메이카 대중 음악의 형태에 대한 총칭으로, 스카(Ska)와 록 스테디(Rock Steady)를 포함한다. 60년대 후반 카리브해의 섬나라 자메이카의 수도 킹스턴에서 탄생한 레게.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대중 음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레게는 90년대 중반, 김건모의 `핑계',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가 유행하면서 우리에게도 익숙해진 음악이다. 그러나 레게를 단지 쿵짝거리는 리듬을 지닌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 어느 문화든 그 틀 안에는 뜻이 담겨있는 법이다. 레게는 외면적으로는 댄스 음악이지만 내적으로는 저항의 음악. 레게의 발생은 자메이카의 역사적 현실과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자메이카는 62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했다. 그러나 독립 이후 급작스럽게 진행된 근대화 과정은 이농현상을 낳게 됐고, 정처없이 수도 킹스턴으로 몰려든 젊은이들 대다수가 슬램가에 자리를 잡게 됐다. 이러한 젊은이들이 실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갱이 되거나 뮤지션이 되는 것. 이러한 역사적 상황은 레게 뮤지션 Jimmy Cliff가 주연한 영화 [The Harder They Come](1972)에서 직접 목격할 수 있다. 이러한 역사적인 배경 위에 레게는 가사에 있어서 신흥종교 라스타파리즘(Rastafarism: 라스 타파리 마콤멤Ras Tafari Macommam이라는 본명의, 이디오피아 황제 하일셀라시Hail Sellassie를 숭배하는 사상. 백인 이주민에 의한 인종차별과 억압에 저항하는 서인도제도의 자생적인 민중신앙이다.)의 영향을 짙게 드리운다. 따라서 레게는 신앙적이면서도 정치적인 색채를 띠며, 북미 대륙에서 일기 시작한 아프리카 회귀운동, 즉 블랙 파워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후 레게는 자메이카 토착 민속 음악과 재즈,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리듬, 뉴올리언스 R&B가 결합되면서 발전된 형태를 띠게 됐다. 그 가장 좋은 예가 스카와 록 스테디. 스카는 기타 치는 소리를 모방해 만들어진 말로, 관악기 섹션, 재즈 리프, 그리고 칙칙폭폭하는 소리를 내는 들뜬 리듬으로 이뤄져 있다. 록 스테디는 James Brown 등 소울의 영향을 받아 변형된 것으로 소울보다 템포가 빠르지만 기존의 레게 보다는 느린 템포에 전기 베이스와 전기 기타 소리가 관악 밴드 소리를 압도하는 형태로 다듬어졌으며, 7,80년대를 거쳐 90년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르와의 접목을 통해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추천 레게 앨범

60년대 당시 레게를 영미 팝계에 성공한 유일한 제 3세계 음악으로 인식시킨 것은 다름 아닌 Bob Marley와 Jimmy Cliff라는 슈퍼 스타 덕분. 흔히 레게라면 전적으로 Bob Marley를 떠올리기 쉬우나 첫 성공을 거둔 레게 뮤지션은 Jimmy Cliff다. 이 둘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레게에 접근했다. Bob Marley가 자메이카 본연의 레게에 충실했다면 Jimmy Cliff는 미국 소울 음악의 영향을 짙게 받았다.

Jimmy Cliff가 Cat Sevens 원곡의 `Wild World'로 팝 음악계에서 첫 성공을 거뒀던 것과 달리 Bob Marley는 그 자신의 곡 'I Shot The Sheriff'로 성공을 거뒀다(물론 밥 말 리가 서구에 처음 알려지게 된 것은 `I Shot The Sheriff'의 Eric Clapton 리메이크 때문이기는 하지만). 또한 이들은 행동 양식에 있어서도 큰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 Bob Marley가 레게 뮤지션임과 동시에 라스타파리즘의 신봉자로서 서인도 제도의 해방을 위해 싸운 투사였다면, Jimmy Cliff는 블랙 뮤스리즘(Black Muslim: 흑인회고주의)에 빠져 있었다. 라스파타리즘이 지극히 자메이카적이라면 블랙 뮤스리즘은 과격한 미국 흑인 운동세력으로 다분히 미국적이라 할 수 있다.

▶ 70년대 팝 음악과 레게의 접목

레게는 70년대 록 음악의 역사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 70년대 중반 Eric Clapton을 비롯해 Paul Simon, Rolling Sontes, Steive Wonder, 10CC 등은 레게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자신들의 음악과 접목을 시도했다. 특히 Rolling Stones의 Keith Richards와 Mick Jagger는 레게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Wailers의 멤버였던 Peter Tosh의 솔로 앨범 제작에 적극적인 도움을 주기도 했다. 70년대 팝 음악계에 신조류로 떠오른 레게의 파급력은 John Lennon의 말에서도 입증된다. 그는 레게를 가리켜 "70년대 음악의 새로운 흐름"이라 말했다.

▶ 80년대 펑크,뉴 웨이브와의 접목

영국 노동자 계급 출신의 뮤지션들은 음악적 형식만이 아닌 레게가 지닌 정치적인 성향에 영향을 받았다. 펑크와 레게 뮤지션 사이의 음악적 교류는 인종차별을 반대 지원 콘서트 개최 등 단단한 연대를 이뤄냈다. Bob Marley는 77년 이미 `Punky Reggae Party'를 통해 펑크와 레게의 연대를 꾀하기도 했다.

레게의 영향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펑크 밴드는 Clash. 그들은 데뷔 앨범 [The Clash]를 통해 레게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이러한 펑크와 레게의 교류는 80년 뉴웨이브 시대에 들어서서도 지속된다. 흑인 출신레게 그룹 UB40, 스키 리바이벌 혼성그룹 Specials, LSex Pistols로부터 솔로로 전향한 Johnny Rotten의 Public Image Ltd., Police, Culture Club 등이 그들. 특히 이들은 가사적인 측면만이 아닌, 레게가 지닌 음악적 주요 기법인 댑(Dab) 기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 90년대 Ska Rivival/Ska Punk

80년대 레게와 펑크의 교류는 90년대 재현된다. 80년대 후반부터 미국 언더그라운드로부터 서서히 일기 시작한 스카 펑크의 열풍은 90년대 중반 전세계 팝계에 주요한 유행의 흐름이 된다. 이는 레게로부터 시작된 스카가 오랜 기간에 걸쳐 그 위력을 잃지 않고 있음을 뜻한다. 들뜬 베이스 리듬과 관악 세션으로 적절히 살린 레게 리듬과 펑크의 만남은 90년대 얼터너티브 락의 또 다른 형태로 90년대 주요 차트를 점령했다.

▶ What Is Latin?

라틴음악은 넓게 말하면 쿠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나라들의 음악을 통칭한다. 그리고 범위를 좁히면 남미의 음악이라 할 수 있다. 라틴문화는 다민족문화. 음악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음악은 수천 년 동안 이어온 인디오의 전통과 민요, 라틴 민족 특유의 낙천성, 그리고 16세기부터 300년 간 이들을 지배한 유럽(포르투갈과 에스파니아 등)의 클래식 선율, 북아메리카에 노예로 끌고 왔던 아프리카 흑인들의 리듬감이 사이좋게 둥지를 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라틴 음악은 단순한 듯한 열정적 리듬 속에서도 간혹 역사적인 한을 발견할 수 있기도 하다. 라틴 음악은 쿠바의 맘보, 차차차, 룸바, 브라질의 삼바, 보사노바, 람바다, 아르헨티나의 탱고, 콜롬비아의 꿍비야 등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여기서는 작년 여름부터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라틴 팝 음악만을 살펴 보도록 한다.

▶ Latin Pop

작년 한 해 미국을 강타한 라틴 열풍은 예외없이 국내에도 상륙. 미국 내에서 아직까지 라틴 열풍이 식지 않은 것처럼 국내에서도 그 열풍의 주도자들의 인기는 여전하다. 그러나 이러한 라틴 뮤지션들의 인기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이미 Gloria Estefan, Jon Secada, Julio Iglesias, Jose Feliciano, Sergio Mendes, Harry Belafonte 등의 라틴 음악 1세대의 주역들을 우리는 쉽게 기억해 낼 수 있다. Enrique Iglesias, Marc Anthony를 비롯한 Ricky Martin, Jennifer Lopez, Lou Bega 등이 유례없는 라틴 열풍을 불러일으킨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단지 한동안 뜸하던 라틴 뮤지션들이 재활약하는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라틴 음악이란 대체 무엇인가? 삼바, 꿈비야, 플라맹고, 탱고, 살사, 보사노바... 이미 귀에 익숙한 이 라틴 음악들에 관한 것은 지난 기사로 미룬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Enlique Iglesias의 'Bailamos', Jennifer Lopez의 'If You Had My Love', Ricky Martin의 'Livin' La Vida Loca'를 안다고 해서 라틴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는 라틴 음악의 일부 - 주로 리듬, 분위기, 라틴어로 노래한다는 것 - 를 차용한 것일 뿐. 엄밀히 말해 이러한 라틴 팝은 흔히 월드 뮤직으로 카테고리화 하는 라틴 음악은 아니다. 'Livin' La Vida Loca'가 스페인어로 불리워졌으며, 라틴 분위기가 물씬 배어난다 하지만 실제 우리가 쉽게 들을 수 있는 팝 댄스곡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오히려 음악적 어법에 있어서는 라틴 음악이 아닌 영미 중심의 팝 음악에 가깝다.

그럼에도 라틴 팝이 다른 일반 팝 댄스곡과 다르게 더욱 이 한 여름에 적격인 이유는 태생적인 라틴의 열정을 떨칠 수 없기 때문. 익숙하지 않은 전형적인 라틴 음악의 생소함보다는 친근한 팝 댄스와 어우러진 라틴 팝으로 무더위를 이겨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조은미 jamogue@tubemusic.com

기사제공 : 튜브뮤직 www.tubemus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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