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칼럼]'제2 오일쇼크' 안온다

  • 입력 2000년 3월 6일 19시 29분


21세기 경제공황은 해커의 공격 등 첨단기술 요인에서 비롯될 것이다.

신경제는 70년대 오일 쇼크처럼 ‘구경제’와 같은 요인에 의해 흔들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세계 선진산업국들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볼모로 잡히는 일은 이제 디스코나 나팔바지처럼 한물 간 일이다. 따라서 유가가 30달러에 육박하거나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OPEC에 석유 증산을 요청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어도 경제공황을 걱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70년대 오일 쇼크는 왜 일어났는가. 놀랍게도 이 문제에 대해 모두가 수긍할 만한 답은 아직 없다. 이에 대한 본격적인 토론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91년 이후에 이에 대한 연구논문이 나왔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유가 연구로 유명한 경제학자 필립 베를리거는 중동에서 미국까지 석유를 나르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OPEC 회원국이 이달말 열리는 OPEC 각료회의 이후 석유 생산량을 확대해도 미국에는 5월말에야 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현재의 상황으로 미뤄보건대 증산을 하더라도 소폭에 그칠 것이기 때문에 올 여름까지는 유가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일부 산유국은 유가가 상승할 때 석유 생산량을 더욱 줄일 가능성도 있다. 당장 외화가 급하지 않은 국가들은 지하에 묻혀있는 원유 자체를 좋은 투자감으로 여길 수 있다. 그들은 또 유가를 더욱 상승시키기 위해 석유 생산량을 더욱 줄이는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이미 20년전 경제학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유가 상승은 석유 감산을 불러오고, 석유 감산은 유가 추가상승을 가져오는 등 ‘유가 상승의 악순환’이 일어날 수도 있다. 베를리거는 이러한 가정하에 올해 안에 유가가 배럴당 40달러까지 상승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가 실제 일어날 확률은 낮다. 멕시코 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들은 감산을 계속해 미국의 분노를 사는 일을 원치 않는다. 산유국들은 또한 유가가 너무 높게 오르면 언젠가 폭락해 자국 경제를 크게 해칠 것이란 점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오늘날 미국의 석유소비수준을 국내총생산(GDP) 규모와 비교할 경우 70년초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유가가 올라도 당시와 같은 경제 공황이 일어날 확률은 낮다.

그렇지만 불안한 마음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 과거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정리〓김태윤기자> 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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