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신풍속도⑨]『모든 길은 미국으로 통한다』

  • 입력 1998년 7월 6일 19시 56분


국내 모식품회사에서 해외홍보를 담당하는 김모씨(25·여). 초등학교때 캐나다로 이민가 대학까지 그곳에서 졸업한 그는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편한 준 네이티브 스피커다.

김씨는 요즘 부쩍 바빠졌다. 올해들어 갑자기 영어를 가르쳐달라고 요청하는 회사직원들이 늘어났기 때문. 직원들의 성화에 못이겨 아예 일주일에 한번 퇴근후 생활영어를 가르치는 영어회화반을 만들었다.

“작년에만 하더라도 하이(Hi)하고 인사하면 쑥스러워하며 대꾸하길 피하던 동료나 나이든 상사까지 요즘에는 먼저 영어로 말을 걸어오는 걸 보고 세태변화를 실감했습니다. 영어를 하느냐 못하느냐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같아요.”

아시아 경제의 극심한 불황과 세계경제의 침체속에서도 유일하게 활황을 구가하고 있는 유일 강국 미국의 방식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경제는 물론이고 문화와 법률, 심지어 의식까지도 세계의 표준에 맞추라는 요구가 거세다. 세계에 통용되는 하나의 기준으로서 글로벌 스탠더드는 곧 ‘아메리칸 스탠더드’를 의미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실제로 요즘 유럽과 아시아 각국에서는 ‘미국 배우기’가 한창이다. 일본 최대 PC생산업체인 NEC는 일본 PC시장의 70%이상을 점유하던 ‘98시리즈’ 생산을 돌연 중단했다. 미국산 PC와 호환성이 없어 글로벌 경제시대에 더 이상 경쟁이 안된다는 이유.

한국경제연구소 허찬국(許贊國)박사는 “단지 미국이란 한 국가의 기준을 따른다는 것 자체에 반감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전제한 뒤 “아메리칸 스탠더드가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강제성을 띠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정한 경쟁이라는 합리적 논리에 근거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재균기자〉jung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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