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에세이]녹색경영

  • 입력 1997년 8월 15일 20시 22분


지난 84년 유니언 카바이드사의 인도공장에서 유독가스가 누출돼 무려 2천8백명이 사망했다. 그 사고로 공장은 문을 닫았으며, 사고 수습에 들어간 비용 때문에 10만명에 이르는 종업원을 반으로 줄여야 했다. ▼ 환경친화제품 선호 ▼ 기업경영을 떠나 삶의 환경과 관련하여 보더라도 환경오염은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산업화와 동시에 진행된 지구환경 파괴는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아시아는 압축된 산업화 덕분(?)에 상대적으로 자연환경 파괴가 더욱 심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연안지역과 마주하고 있는 서해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오염이 심한 바다로 변한 지 오래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환경문제가 인류 공동의 관심사로 대두돼 범지구적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그린라운드(GR)가 진행중에 있으며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후변화협약이 지난 92년에 채택됐다. 이런 변화는 미처 준비를 갖추지 못한 우리 기업경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OECD 가입에 따라 이산화탄소의 배출량 감소에 있어서 개도국의 혜택을 받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선진국에서는 환경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에 대해서 일방적으로 수입을 규제하고 있다. 수입제품이 환경을 파괴하거나 국민의 건강을 해친다고 판단될 경우 수입을 금지할 뿐만 아니라 생산조차 못하게 압력을 넣는다. 또한 소비자의 환경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상품은 세계시장에 내보낼 수 없게 됐다. 미국 소비자의 약 70%가 환경친화제품을 선호하며 유럽지역은 80%가 넘는다. 이제는 어느 기업도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제품을 만들어서는 생존할 수 없다. 언젠가 독일의 폴크스바겐을 방문했을 때 인상 깊었던 것은 자동차 만드는 회사가 폐차장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폐차장을 운영해서 돈을 더 벌겠다는 것이 아니라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책임을 지자는 것이었다. 생산부터 폐기까지 자동차의 전 생애를 관리하는 환경전략의 일환인 것이다. 작업장의 환경오염도 또 다른 의미에서 신경을 써야 한다. 나는 작업환경을 중요시하고 이를 특별관리한다. 작업장의 조도(照度)가 낮거나 소음이 심하면 근로의욕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사람의 몸까지 상한다. 이런 문제는 공장을 건설할 때 건설비의 20∼30%만 더 들이면 충분히 해결되며 그 투자도 몇년이면 회수된다. ▼ 환경산업 거대시장 ▼ 환경산업의 세계시장 규모는 2000년에 연간 5천4백억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항공산업보다도 규모가 더 커진다. 우리 기업들도 오염방지기술, 대체에너지개발 등에 투자를 늘려 이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됐다. 근래에 우리나라에서도 환경친화경영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이제는 기업들도 제조공정과 생산방법에서 환경오염을 줄이는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환경보전과 자연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가 미래의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은 깨끗한 자연과 쾌적한 환경일 것이다. 이건희(삼성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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