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구 칼럼]권력이 목적일 수 없다

  • 입력 1997년 7월 25일 20시 22분


여야 3당 대통령후보들은 모두 훌륭한 좌우명을 가졌다. 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후보는 「바른 자리에 서고 큰 길을 간다」,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후보는 「무엇이 되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자민련 金鍾泌(김종필)후보는 「하루하루 새롭게 또 새롭게」가 좌우명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좌우명대로만 한다면 나라의 장래는 걱정할 것이 없다. 문제는 실천이다. ▼ 나라 일도 좀 하자 ▼ 정당이란 정치적으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최종적으로는 정권을 도모하는 결사체다. 때문에 정당이 집권의지를 키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당의 정권도모는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잘 살게 하자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지 권력 그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국민을 잘 살게 하는 수단으로서의 정책과 비전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여 국민의 선택을 받도록 해야한다. 하지만 우리의 정치현장은 심하게 왜곡돼 있다. 국민을 위하는 수단이어야 할 권력이 목적화하면서 무슨 수를 쓰더라도 정권을 잡고 보자는 목표지상주의가 판을 친다. 대선때만 되면 여야가 온통 거기에 매달려 물 불 안가리고 치고받느라 나라일은 건성이고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우리의 정치사다.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신한국당 경선이 끝나고 모처럼 열린 국회 본회의만 해도 옛구도 그대로 상대방 기죽이고 흠집내기 대리전으로 얼룩졌다. 정치인 그들만의 싸움터일뿐 민생을 생각하는 국정의 토론장은 아니다. 경제가 결딴나고 국정이야 표류하든 말든 그것은 관심밖이다. 그러잖아도 지난 7개월간 노동법날치기파동 한보사태 김현철비리 여야당 대통령후보경선이 숨가쁘게 이어지면서 국정은 한없이 표류해왔다. 그러나 이건 시작일 뿐이다. 정작 올 연말 대통령선거 때까지 근 5개월간은 또 얼마나 시끄러울지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대선때마다 나라가 이지경으로 병드는데도 여야는 정권만 잡으면 그만이라는 생각들이다. 이러다가 나라가 잘못되면 그게 모두 누구의 부담이겠는가. 李金金(이김김) 세후보는 한국정치를 대표하는 여야3당을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정치지도자들이다. 마땅히 국정에 책임을 느껴야할 위치에 있다. 대통령이 된 뒤 무얼 어떻게 하겠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어려움에 처해있는 나라를 구하는 일이 급하다. 정치공방을 하지말라는 뜻이 아니다. 나라일도 좀 하자는 것이다. 산적한 민생현안, 무엇보다 심각한 경제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방책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나서 문제해결능력을 입증해 보이는 것도 훌륭한 대선전략이다. 예산 포항의 지역선거와 야권의 제삼후보 움직임 등이 다소 변수이기는 해도 큰 상황변화가 없는한 세후보중 한사람이 대통령으로 뽑힐 가능성이 높다. 선거전이 과열되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이들이 선거전을 어떻게 엮어가느냐에 따라 이땅의 민주주의 정당정치의 장래, 나아가 나라의 장래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3인의 책무는 막중하다. 모두가 바라는 공명선거가 되느냐 아니면 또한번 추악한 권력쟁탈전으로 역사에 오명(汚名)을 남기느냐의 여부는 오로지 3인의 하기나름에 달렸다. ▼ 「3人」좌우명대로 실천을 ▼ 큰 정당의 대통령후보로 선출된 영광만으로도 세사람은 무한한 애국심이 요구된다. 말만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가 민족을 생각하며 자신들의 좌우명을 실천해 보일 때다. 할 일과 하지말아야 할 일을 분명히 가려가며 이기더라도 정정당당하게 이기고 지더라도 떳떳하게 질 수 있어야 한다. 이번에도 대통령병에 걸린 나머지 돈과 사조직 지역감정부추기기 등으로 선거분위기를 흐려놓는다면 유권자들의 최종심판은 가혹할 것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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