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구칼럼]앞으로는 특별검사가 맡아라

  • 입력 1997년 5월 2일 20시 07분


청문회는 끝났지만 「몸통」확인은커녕 의혹만 증폭시켜 놓았다. 검찰이 대통령 아들을 별건(別件) 구속할 방침을 밝히자 한보연루 본체의혹은 덮어둔채 곁가지로 잡아넣는 시늉만 하는 게 아니냐고 사람들은 또 의심한다. 도대체 어느것 하나 속시원히 풀리고 정리되는 의혹이 없다. 거기에다 92년 대선자금문제까지 불거져 정국은 극도로 어수선하고 혼란스럽다. ▼ 의혹만 부풀리는 검찰 ▼ 나라가 오늘같은 위기에 처한 것은 권력과 돈이 함께 어우러진 부정부패에 그 근본원인이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는 법의 잣대로 가차없이 그런 비리를 척결하지 못한 검찰의 책임도 크다. 검찰은 과거 자유당시절부터 권력형 부정부패나 정치적 의혹사건을 한번도 제대로 파헤친 적이 없다. 「권력의 시녀」는 문민시대라는 오늘도 원죄(原罪)처럼 붙어다니는 검찰의 별칭이다. 강력한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서 그것도 대통령이 임명권자인 검찰의 독립성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말이 좋아 성역없는 수사지 집권세력, 특히 대통령의 아들까지 앞만 보며 머뭇거리지 않고 단죄할 수 있으리라고 보는 이는 아무도 없다. 아무리 검찰이 다짐을 해도 액면 그대로 믿어주려 하지 않는다.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검찰은 못믿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검찰의 신뢰는 땅에 떨어져 있다. 국가 공권력의 위기이자 법치주의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내각제로 개헌을 한다 해도 총리가 검찰총장임명권을 갖는 한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설령 검찰이 제정신을 차리고 모든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여 이것이 전부요 하고 털어놓아도 믿을 사람 없다. 아무도 믿지 않고 냉소한다면 이건 보통문제가 아니다. 한마디로 총체적 불신이다. 도무지 가부간에 완결되는 일이 없는 이런 상황에서는 국가경영이 제대로 될 까닭이 없다.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면 이젠 우리도 특별검사제를 도입하는 길밖에 없다. 한보와 현철씨 비리의혹 소용돌이를 겪으면서 그 필요성을 절감한다. 미국처럼 변호사가운데 선임된 특별검사가 특정사안을 독립적으로 수사 소추하는 특검제(特檢制)가 있어 이런 의혹사건을 맡는다면 적어도 지금같은 국가적 혼란은 없을 것이다. 신뢰받지 못하는 검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치르는 대가는 너무 비싸다. 물론 특검제 도입에는 많은 문제점과 부작용이 따른다. 우선 삼권분립 원칙에 맞지 않고 방대한 수사활동을 위해서는 특별검사 스스로 불신하는 기존 검찰의 협조를 받아야 하는 논리적 모순이 있다. 또 기존 검찰권의 훼손은 국법질서 유지에 중대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국가조직 전반에 걸쳐 국민의 불신감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 그러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우리 현실에 맞는 특검제를 도입한다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을 것이다. 무엇보다 믿으면서 수사를 맡길 수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일단 수사결과를 믿어주게 된다는 점이다. 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 숨막히는 불신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특검수사 대상에는 대통령과 친인척, 입법 사법 행정부의 고위직, 여야의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정치적 부정과 그밖에 대선자금의혹 같은 것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 국민이 믿고 맡길 수 있게 ▼ 한보나 현철씨 비리의혹부터 곧바로 특검제를 적용하자는 뜻은 아니다. 특검제 도입에는 입법절차 등 상당한 시간이 걸리므로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이들 사건은 현 검찰을 믿고 맡겨두는 도리밖에 없다. 다만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또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만큼 차제에 특검제를 도입해 두자는 것이다. 대형 의혹사건이 터질 때마다 국가적 혼란과 위기상황이 반복된다면 이보다 더 큰 불행은 없다. 남중구(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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