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산의 영화속 사랑]평범하지만 아름다운 인연

  • 입력 2002년 3월 25일 18시 14분


◈게리 마셜의 '프랭키와 자니'

공주는 예쁘고 왕자는 멋지다. 악당은 결국 응징되고 두 사람의 사랑은 모든 이들의 축복을 받는다. 초등학생이나 사춘기의 소녀에겐 이 정도로 충분할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살이에 지친 어른들에게라면 영 웃기지도 않는 소리다. 이런 팬시 상품같은 사랑의 꿈을 간직하기에는 일상이 너무 고된 것이다. 게리 마셜의 ‘프랭키와 자니(Frankie and Johnny·1991)’는 우리의 힘든 일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서 그 안에서 사랑을 찾으려 애쓰는 평범한 캐릭터들을 따스하게 그려낸 사랑 영화다.

자니(알 파치노)는 복역 기간 중 요리 솜씨를 열심히 갈고 닦은 덕분에 출소 즉시 뉴욕 뒷골목의 허름한 음식점에 취직하는데 그곳에서 일하는 웨이트리스 프랭키(미셸 파이퍼)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져든다. 놀랍게도 스토리라인은 이게 전부다. 이 영화에는 연적도 없고 음모도 없고 반전도 없다.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프랭키에 대한 자니의 구애 과정을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우울하게 그려나갈 뿐이다. 그런데도 영화가 재미있으니 어찌된 일인가?

프랭키와 자니는 둘 다 평범한 캐릭터다. 프랭키는 폭력 남편에게 시달렸던 과거가 있고 자니에게는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혀 있지만 그게 뭐 그리 대순가? 자니의 구애 과정을 들여봐도 특별한 게 없다. 그저 닫혀 있는 프랭키의 마음을 열고자 참치 샌드위치를 만들어 바치며 익살맞은 농담을 늘어놓는 정도. 그런데 이렇게 평범한 사랑 이야기가 왜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걸까?

‘프랭키와 자니’는 우리가 늘상 부대끼며 생활하면서도 한번도 눈여겨 보지 않았던 주변 사람들의 내밀한 상처와 외로움 그리고 갈망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다. 이른바 전혀 ‘영화적이지 않은’ 캐릭터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 나름대로의 온갖 우여곡절 끝에 하나의 사랑이 탄생하는 소중한 순간들을 포착해낸 것이다. 따지고 보면 세상에 평범한 사람은 없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유일무이한 존재다. 그리고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 속에서 그이만의 광채와 온기를 찾아낼 수 있는 게 사랑의 힘이다.

이 영화의 원작은 브로드웨이에서 크게 히트했던 테렌스 맥낼리의 연극 ‘달빛 속의 프랭키와 자니’다. 덕분에 카메라가 저마다외로운 캐릭터들을 비출 때마다 클로드 드뷔시의 피아노곡 ‘월광’이 화면 위로 흐르는데 그 선율이 가슴 저리도록 아름답다.

심산·시나리오작가 simsan8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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