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데뷔시절] 안재모, 단정한 머리 덕분에 캐스팅

  • 입력 2001년 2월 14일 18시 39분


나의 TV 데뷔작은 96년 안양예고 2학년때 출연한 KBS1 <신세대 보고서―어른들은 몰라요>다. 이 프로그램은 중고교생들의 고민을 단막극 형식으로 소개했기 때문에 청소년 연기지망생들이 얼굴을 많이 비쳤다.

나는 이 프로그램에 몇 번 출연한 학교선배의 소개로 발탁이 됐다. 그 선배는 사실 사촌동생이었던 내 친한 친구를 소개해주려는 것이었는데 엉뚱하게 뒤쫓아간 내게 배역이 떨어졌다. 배역이 학교 회장인 모범생역이었는데 내 친구는 머리에 물을 들이고 있었던 반면 나는 짧고 단정한 머리를 하고있던 탓이었다.

처음 치곤 잘 한다는 칭찬을 듣고 두 번째 작품부터는 아예 주연이 맡겨졌다. 하지만 신인때라서 촬영이 없어도 현장을 지켜야했고 출연료도 매우 적었다.

하루는 인천에서 촬영을 마치고 여의도로 돌아왔는데 새벽 4시였다. 하지만 또 촬영스케줄이 잡혀 오전 7시까지 방송국 앞으로 다시 집결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한겨울이었지만 집에 갈 버스는 없고 택시비는 부족해 하는 수 없이 녹번동 집까지 추위에 떨면서 걸어가야했다. 집에 도착한 시간이 6시반. 잠 한숨 못잔채 집에 들어가자 마자 택시비를 받아들고 다시 나왔다. 그 때 “꼭 성공해서 승용차를 타고다니리라”고 다짐했던 것이 생각난다.

다행히 나의 무명시절은 상대적으로 짧았다. 얼마 안돼 바로 MBC 학창드라마 <나>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됐고 고3때 세번째 작품인 <용의 눈물>에서 충녕대군역을 맡으면서 연기에 눈을 떴다. 특히 점심식사까지 거르시면서 내게 호흡과 발성법을 지도해주셨던 유동근선배님에겐 지금도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

아 참. 내가 방송과 인연을 맺게 도와줬지만 지금은 군복무에 여념없는 그 선배와 친구 두 사람에게도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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